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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23. 2023

10 - 잡플X닛 평점 조작?

 어느 날 오전 10시쯤, S 팀장이 그를 부른다. 팀장에게 연이어 교육을 들은 그는, 팀장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으며 충성도가 높은 상태다. 팀장은 2주가 지났을 즈음부터 그에게 말을 놓았다. 그는 이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으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S 팀장 : 얼굴아, 잠깐 와봐

  그 : 네! (팀장 자리 옆으로 가서, 동그란 의자를 끌어와 앉는다)

  S 팀장 : 얼굴아 너, 잡플X닛 아이디 있니.

  그 : 네, 있습니다.

  S 팀장 : 여기 보면, 우리 회사가 지금 별점이 X.X 점이잖아

  그 : (팀장의 모니터를 함께 보며) 네.


 그가 다니는 회사의 평점은 X.X점이다. 높으면 높았지, 절대 낮은 평점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회사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인지 독설인지 분간하기 힘든 리뷰가 몇몇 눈에 띈다. 그리고 그 평은, 대부분 옛날 평이다.



  S 팀장 : 이거 리뷰 삭제 안되나?

  T 과장 : 삭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 팀장 : 아니, 너무 비난투가 몇 개 보이는데... 얼굴아, 아이디 있다고?

  그 : 네.

  S 팀장 : 로그인해가지고, 우리 회사 검색해 보면 이렇게 볼 수 있거든. 지금 평점이 X.X점이잖아. 나쁘진 않은데. 평들을 보다 보면 이런 것들도 있단 말야.

  그 : 네. (팀장이 무슨 지시를 할 것인지 모르겠다)


  S 팀장 : 여기 들어가서, 너도 우리 회사에 대해 평을 좀 써봐.

  그 : (?!!) 네.

  S 팀장 :  좋은 이야기를 위주로 써야 해. 얼굴이 너도 회사 지원하고 알아볼 때 여기 평을 많이 읽어봤을 거 아냐.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참고 자료로 많이들 읽는단 말야. 

  그 : 네.

  S 팀장 : 얼굴이 너도 우리 회사의 일원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종종 들어가서 무슨 평이 달리는지 한번 봐봐. 여기에 좋은 평이 많아야, 사람들이 많이 지원해서 우리가 좋은 사람들을 뽑을 수 있고. 그래야 같이 일하면서 우리도 편하고 할 테니까.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그래. 가서 작성해 봐.



 자리에 돌아온 그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정말로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 것인가.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상태다. 그를 뽑아줬다는 사실 자체에는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나, 이 회사가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군조차 없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른바 '좆소 기업'을 풍자하는 드라마나 웹툰은 많이 봤다. 그가 봤던 웹툰 중, 직원들에게 기업 리뷰를 쓰게 하고 심지어는 같은 대학교에 채용 공고를 내서 후배들을 데려오게끔 하는 내용도 있었다. 당연히 웹툰 주인공의 의사와는 별개로, 위에서의 압박으로 인해 이뤄진 조치다.



 기업 리뷰를 좋게 작성해라. 팀장이 했던 말을 되뇌어보면, 무작정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더 좋은 회사가 될 터이니, 이를 위해 평을 좋게 쓰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아직 확신이 없다. 무엇보다, 잡플X닛 평점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대충 좋은 말을 지어내서 그냥 써야 하나. 그나마 웹툰의 막장 사례보다는 덜한 선에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S 팀장은 멋있는 팀장인데. 원래 회사 생활이 다 이런 식인 걸까.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는 우물쭈물 오전 시간을 날린다. 점심시간이 되어, 모두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간다. 어쩌다보니 그와 T 과장은 한 타이밍 늦게 출발한다. T 과장이 조용히 그를 구출해 준다.


  T 과장 : 얼굴아, 오늘 소독했니.

  그 : 네, 아까 10시 반에 했습니다!

  T 과장 : 그래. 잘했네. 아까 팀장님께서 하신 이야기는 신경 쓰지 말고.

  그 : ?! 알겠습니다. 



 그는 평을 작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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