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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l 30. 2023

11 - 팀장 지시 (1)

신문, 구글 알리미

 하릴없이 신입사원 온라인 교육 영상을 보고 있는 그, 팀장이 그를 부른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그는 즉시 대답한다.


  S 팀장 : 얼굴아, 일로 와봐

  그 : 네! (의자를 가져가 앉는다)


  S 팀장 : 너가 이제 우리 사업부에 합류했잖아.

  그 : 네.

  S 팀장 : 너도 이제 IT업계, 경제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니까. 

  그 : (긴장한다)

  S 팀장 : 회사 건물 들어올 때 1층에 보면, 우편함 있어. 거기 우리 IT사업부로 오는 신문들이 있거든. 우리 쪽 우편함이 두 개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사업지원팀이랑, 플랫폼팀인가? 아무튼 그래. 가서 보고, 우편함들에 있는 신문을 매일 아침마다 너가 가져와서 읽어. 그리고 이건 좀 중요하다 싶은 거 있으면, 우리 단체 메신저방에 신문 기사 공유해.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전에는 내가 아침마다 가져와서 읽었었는데. 신문이 조선일보랑, 전자신문이랑, 매경이었나?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가져와서 읽고.


  S 팀장 : 그리고, 종이 신문 말고도, 메일로 자동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단 말야.

  그 : 네.

  S 팀장 : (구글 메일을 열어) 여기 보면, 구글 알리미라는 기능이 있는데... 여기 이쪽이었나... 어 여기. 설정 들어가서 자동으로 검색어 설정을 해놓는거야. 그러면 설정해놓은 검색어에 대한 신문 기사들을 얘가 자동으로 아침마다 보내준단 말야.

  그 : 네... (신문물을 접한 듯 신기하다)

  S 팀장 : 검색어도 너가 설정할 수 있어. 나같은 경우에는, 검색어 이렇게 설정해놨거든. 환율도 있고, 원자재도 있고. 지금은 아니지만 전에 다른 팀에서 일할 때는 원자재 시장도 정보가 필요했어가지고. 그리고 우리 IT, 요즘 뜨고 있는 5G, 메타버스. 난 메타버스 이게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클라우드, CDN, 우리 회사 이름. 회사 이름으로 무슨 기사 뜬 게 있나 보는거지. 거기다가 더해서 회장님 성함으로 나오는 기사도 있나 보고.

  그 : 네... (팀장의 검색어 리스트를 외워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가 기억하는, S 팀장의 구글 알리미 검색어 목록은 아래와 같다.

- 5G

- 암호화폐

- NFT

- OTT

- 금리

- 환율

- 원자재

- 유가

- 네X버 (국내 최대 포털)

- 두X무 (예전 고객사)

- AAAA (경쟁사 1)

- BBBB (경쟁사 2)

- IPO 

- 상장폐지

- 1번째 직장 (회사 이름)

- XXXX (회장 이름)



 이날 이후, 그는 S 팀장의 지시에 따라 매일 아침 우편함에서 신문을 가져와 읽고선 팀 메신저방에 올린다. 하나만 올리면 성의가 없어 보일 듯하여, 두세 개의 기사를 선별한다. 


 그는 회사 생활이 처음인 새파란 애송이인 데다, 회사에서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아직 생소하다. 그는 종이 신문에서 읽은 괜찮은 기사들을, 어떻게 공유해야 난감하다. 우선은 해당 기사를 자를 대고 찢어서 옆에다가 둔다. 다 읽은 신문은 쌓아두고, 알 수 없는 행위까지 하는 그가 답답했던 것인지 옆자리에 앉아있던 U 과장이 무덤덤하게 말한다.


  U 과장 : 다 읽은 신문은 저기다가 버려라. 사업부장님이 이렇게 쌓아놓는 거 안 좋아하셔.

  그 : 알겠습니다. 가끔 신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았다가 버리고 있습니다.

  U 과장 : 신문을 달라 그런다고? 누가?

  그 : 영업팀에서 가끔 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U 과장 : 뭐 배송할 때 속에 채워 넣을라고 그러나...

  그 : 아, 용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U 과장 : (찢고 있는 기사를 보며) 그걸 스크랩을 해야 돼?

  그 : 아, 아닙니다! 괜찮아 보여서 잘라놨습니다.

  U 과장 : 인터넷에 다 뜨는데 그걸 굳이?

  그 : ...



 그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사이, U 과장의 관심은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돌아간다. 인터넷에 다 뜬다. 인터넷에 뜬다라?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에 신문사 이름을 검색한다. 조선일보, 전자신문, 매일경제를 검색하니 모두 웹사이트가 있다.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매일 오전 해당일자 기사가 웹사이트에 올라온다. 그가 종이 신문에서 본 기사와 똑같다. 또다시 신세계를 발견한 그다. 신문을 일절 읽지 않았던 탓이리라.


 U 과장 덕으로, 그는 신문사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시점부터, 그는 종이 신문은 대강 제목만 훑는다. 훑다가 괜찮아 보이는 기사는 웹사이트에서 검색하고, 해당 링크를 메모장에 복사해 두었다가 단체방에 올린다. 그가 신문 기사를 공유하는 시각은 대략 오전 8시 반~9시 반이다. 팀원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편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반응은 딱 두 번이다.



  1) V 차장, 금리

 전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할 때다. 미국 연준이라는 곳에서 금리를 올린다느니, 그래서 한국도 따라 올린다느니 등의 내용이다. 


  V 차장 : (장난투) 아이, 다들 힘든 거 아는데 자꾸 이런 거 올리지 말란 말야.

  그 : 아, 알겠습니다.

  V 차장 : 이거 또 올리면, 대출받은 사람들 다 죽어날 텐데. 

  그 : 아, 그렇습니까. (그는 사실 금리에 대해 잘 모른다)

 


  2) U 과장, M&A

 팀장이 한창 IPO와 상장 폐지 이야기를 많이 하면, 그가 올리는 기사도 해당 부문이 많아진다. 이때 그가 올린 기사는,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른 회사가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 2개를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U 과장 : 얼굴아.

  그 : (깜짝 놀라) 네!

  U 과장 : 메신저에 올리는 이 기사, 읽어보고 올리는 거야?

  그 : 네 맞습니다. (다행히도, 특히 이 날은 다 읽어보고 올렸다)

  U 과장 :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으응... 



 팀장의 지시로 기사를 올리긴 했으나, 그도 열정이 조금씩 옅어진다. 처음에는 꼼꼼히 읽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맡은 것이 생기면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무엇보다 그가 올리는 신문 기사에 대한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으며, 중요한 기사는 과장들이 따로 공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이때의 신문 기사 공유가 마냥 쓸모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그도 환율/금리/IPO(상장)/M&A 같은 용어들을 접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신문 기사 공유에 대한 별도의 반응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사업부장, 즉 임원의 요구다.


  사업부장 : 어, 이름이 뭐였지?

  그 :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사업부장 : 아 그래 얼굴이. 내가 이름을 잘 못 외워, 이해해 줘.

  그 : 아닙니다!

  사업부장 : 그래 얼굴아.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신문이 뭐뭐 있지?

  그 : 조선일보, 전자신문, 매일경제 이렇게 셋입니다! 그런데 우편함이 2개라, 중복으로 수령되는 신문들도 있습니다.

  사업부장 : 그래. 앞으로 매일 아침에, 매일경제는 내 책상에 올려놔.

  그 : 매일경제 1부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사업부장 : 그 외의 신문들은, 연락해서 다 취소시켜. 아, 혹시 너가 볼 거면 놔두고. 중복해서 받는 건 다 취소하고. 그것도 다 낭비다.

  그 : 알겠습니다!



 그의 오전 루틴 업무가 하나 늘었다. 그는 매일 아침 사업부장 책상에 매일경제 1부를 올려둔다. 사업부장의 책상에는, 매일경제 전날 신문이 놓여있다. 읽으면서 무언가를 적었는지, 볼펜으로 여기저기 메모가 되어있다.


 매일 아침 신문을 갖고 올라가는 그를 보며, 직원들은 가끔 연민의 눈빛을 보내곤 한다. 그도 그런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는 대강 알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막내의 사회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한없이 밝고, 자신을 뽑아준 것에 감사하는 늦깎이 신입사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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