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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Sep 29. 2023

14 - IT 동기

두 번째 괴리감

 교육 이외에도, 그는 IT 동기들과 이야기를 할 때 괴리를 느끼곤 했다. 물론 이 같은 괴리감은, 동기들과 친해질수록 옅어졌다.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조금씩 적응을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에게는 입사 초기 IT 동기들과 나눴던 이야기와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때에는 이야기할 것이 많지 않으므로, 대화 주제가 일이나 그동안 공부해 온 전공에 한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나름 잡지식이 많으며,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고 친하게 지내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그랬던 그조차도, IT 동기들에게서는 심각할 정도의 괴리감을 느꼈다. 객관적인 감상이랄 수는 없지만, 그가 느낀 바는 그랬다.



1) 구직 경험

  그 : 혹시, 여기가 처음 회사세요?

  동기 1 : 아뇨, 전 이직했어요.

  동기 2 : 회사 경험 있어요.

  동기 3 : 대학원 졸업하고, 인턴하다가 들어왔어요.

  그 : 취업하기 힘드셨나요?

  동기 1 : 딱히...

  동기 2 : 이전 회사에서 모아놓은 돈으로 쉬다가, 돈이 떨어져서 다시 지원해서 들어왔어요. 경력을 조금 깎긴 했네요.

  동기 3 : 쉽진 않았죠. (동기 3이 원하는 회사의 기준이 있는 느낌이다)


2) 회사 경험 및 주변인 이야기

  그 : 여기 정도면, 급여가 좋은 것 같아요.

  동기 3 : IT 치고는 적죠. 제 친구들만 봐도 판교 쪽 보면 초봉이 5,6천이에요.

  그 : ?!

  동기 2 : 아니 그리고 여긴 왜 이렇게 급여를 쪼개서 줘요?

  동기 3 : 기본급을 작게 해서, 상여를 적게 주려는 거에요.

  동기 1 : 아니 근데, 상여도 사실 @#$!@%#@잖아요. 계약서 보니까 그렇던데

  동기 3 : 맞아요. 저도 그래서 계약서 자세히 봤는데, 그런 얘기가 없더라고요

  동기 2 : 근데 또 @#$!@#%한 복지는 좋더라고요. 다른 회사들 들어보면

  동기 1 : 맞아요 맞아요. 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기타 등등.



 공부한 전공은 물론, 사회생활 경험 및 걸어온 길이 많이 다르다. 그는 자신이 비교적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IT 동기들은, 그가 인식하지 못했던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 견문을 넓혀주는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이미 회사에서 마음이 떠버려 지레짐작해 버린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무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인식한 것이었을까. 


 시간이 지나, 동기들과 친해지면서 괴리감은 점점 옅어진다. 알지 못했던 이들을 알게 되면서 그 균열이 메꿔진 것일 수도, 아니면 인간적인 면모들로 균열 위를 덮어놓은 것일 수도. 동기들에게는 덜해졌지만, 그가 인식한 이 '균열'은 갈수록 커지고, 회사 내의 광범위한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눈에 띈다. 소위 말하는, '결이 다르다'고나 할까. 이는 이후에도 그가 계속해서 고민하는 지점이 된다. 성격, 배경, 몸담고 있는 산업, 심지어 직무에서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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