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편이어서인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인지, 그는 초창기 U 과장의 발언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두 가지 고르자면, 정글과 튜닝(디자인) 관련 발언이다.
1) 정글 RI
S 팀장의 지시로 모르는 용어를 제출하던 와중, 'RI'라는 용어 관련 일화다. 그가 RI를 모르는 용어로 제출하자, 팀장은 U 과장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 : 과장님
U 과장 : 왜
그 : RI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U 과장 : (의자를 돌리더니 아예 그를 향해 앉고, A4 뭉치에 만년필로 글씨를 쓰며 설명한다) RI가 뭐야.
그 : 팀장님이랑 과장님들 말씀하실 때 RI를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서요. 혹시, 잘은 모르지만 '리인벤트'가 RI가 아닐까 싶습니다.
U 과장 : 리인벤트... 리인벤트도 RI가 맞긴 하네.
U 과장 : 우리가 지금 정글 관련 사업을 하고 있잖아?
그 : 네
U 과장 : 정글이 원래 뭐하는 회사야
그 : 물류, 배송 아닌가요?
U 과장 : 그래, 원래 온라인 쇼핑몰이란 말야.
그 : 네
U 과장 : 얘네는 쇼핑몰이니까 자기네 홈페이지가 있어. 미국에는 연말에 Black Friday가 있는데, 뭔지 알지?
그 : 엄청 할인해주는 거 아닙니까
U 과장 : 그래. 얘네 홈페이지가, 1년 중에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 때만 되면 접속량이 미친 듯이 폭주를 한단 말야. 그래서 얘네는, 이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 접속량을 감당할 수 있게끔 서버랑 인프라를 다 구축을 해놨어.
그 : 아...
U 과장 : 근데, 이렇게 구축을 해놓은 서버랑 인프라가, 블랙 프라이데이 때 말고 평상시에는 그냥 논단 말이지. 그래서 이 노는 물량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남들한테 빌려줘볼까. 그래서 시작을 한 게 바로 정글 웹서비스야.
그 : 아...
U 과장 : IT도 보면, 특히 IT는 스타트업이 많아. 옛날에는 회사마다 서버실을 다 갖고 있었어. 이거를, 그래 물통이라고 하자. 옛날에는 회사마다 다 물통이 있었어. 100L 짜리라고 하자. 근데 이게 회사가 커지면, 용량이 계속 모자라는 거야. 그래서 이걸 50L로, 100L로,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되는 거야. 근데 이제는 물의 양 뿐만 아니라, 물의 질까지 바뀌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양과 질에 모두 맞춰서 계속해서 물통을 바꿔줘야 되는데. 이게 뭐다? 돈지랄이지.
그 : (예상치 못한 직접적인 발언에) 아...
U 과장 : 정글은 이미 물통을 커다랗게 구축해 놓고, 여러 물의 질에도 맞게끔 구축을 해놓은 거야. 그러니까 이 물통의 여분을 빌려주는 거고, 스타트업이나 기업들도 굳이 물통을 구축하는 것보다 빌려쓰는 게 싸니까 빌려서 쓰는 거야.
U 과장 : 그런데, 이제 이 물통을 빌려쓰는데. 원래는 사용량만큼 돈을 낸단 말이지. 근데 내가 좀 더 싸게 쓰고 싶어. 그러면 어떡해? 너도 식료품점에서 뭔가를 살 때, 묶어서 사면 할인을 해주잖아
그 : 1+1 같은 거 말씀이신가요
U 과장 : 그것도 그렇지. 원래는 사용한 물의 양만큼 돈을 내는 건데, 나는 미리 물통 10개분을 지불하겠다고 하는 거지. 그렇게 벌크로 구매를 하면, 당연히 할인이 들어가지.
그 : 아...
U 과장 : RI는 Reserved Instance, 이 Instance가 물통이라고 생각하면 돼. 1년 동안 물통 10개 값을 미리 선납할테니, 물통 1개를 더 주는 거, 이게 RI야.
그 : (100% 이해는 안되었지만) 아...!
2) 튜닝 일화
그가 사내 누군가로부터 스티커를 전달받아, 자신의 노트북 여기저기에 붙일 때의 일이다. U 과장이 그를 보더니 말한다.
U 과장 : 어디서 난 스티커야
그 : XX팀 %$#^이 줬습니다.
U 과장 : 그거 다 붙이는 거야?
그 : 큰 거 몇 개만 붙이고, 나머지는 다른 데 붙이려고요.
U 과장 : ... 튜닝의 끝은 순정이야.
그 : ...?! (3개 붙이려다가 2개만 붙이고 그만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