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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Dec 25. 2023

24 - 지급명령 (2)

인증서 로그인 사건

 법인등기부등본을 출력하고, 이런저런 증빙들을 구비한다. 이제 전자 민원 홈페이지에서 지급명령을 신청할 차례다.


  U 과장 : 거기, 지급명령 탭 눌러봐.

  그 : (클릭)

  U 과장 : 음... 아 저기, 신청 눌러봐.

  그 : (클릭)

  U 과장 : 아 이렇게 되어있네. 내용증명 파일 첨부에 넣어.

  그 : (드래그 클릭)

  U 과장 : 그리고...


 U 과장이 시키는 대로, 지급명령에 필요한 모든 증빙들의 첨부가 완료되었다.


  U 과장 : 그래, 이제 제출 눌러.

  그 : (클릭) ... 어... 과장님 이거 인증서로 로그인해야되나 봅니다.

  U 과장 : 로그인을 해야 해? 음...

  그 : 인증서 가져올까요?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T 과장 : 인증서 쓸려면, 컴퓨터에 프로그램 설치되어 있어야 해.

  U 과장 : ...

  T 과장 : (그의 자리로 와서) 인증서 USB 연결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설치되기도 한다던데. 인증서 필요해?

  U 과장 : 인증서 하기 전에, 간편 로그인은 안되나?

  그 : 해보겠습니다... 아이디랑 비밀번호 아십니까?

  U 과장 : 인증서로 로그인하자.



 인증서 USB 연결 후

  그 : 비밀번호 치겠습니다. ... 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데요?

  U 과장 : 뭔데? 해봐.

  그 : 인증 메일 보냈습니다.

  U 과장 : 아니 잠깐만. 수신 메일 주소가 이게...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 : (이유를 몰라서) ??

  U 과장 : 법무 팀장님한테 메일이 날라가네 이거.

  T 과장 : (멀리서 듣고 있다가) 법무 팀장님한테 메일이 갔어?

  U 과장 : 여기 설정이 이렇게 되어있네.

  그 : (뭐가 문제인지 파악이 안 된다) 법무 팀장님께 제가 전화를 해볼까요?

  U 과장 : 전화해서 뭐라고 할라고.

  그 : 지급명령 관련해서 로그인하는데 인증이 필요해서, 인증 번호 여쭤보려고요.

  U 과장 : 그래, 해봐.


 그는 현재까지도, 이때 과장이 이를 허락한 의도가 궁금하다. 그는 순수한 눈망울과 태도로, 법무 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 신호음 -

  법무 팀장 : 여보세요.

  그 : (긴장해서 숨을 약간 헐떡인 것 같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사업지원팀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법무 팀장 : 어.

  그 : 다름이 아니라, 지급명령 신청 건으로 전자 민원 페이지에 인증서 로그인하는데 인증이 필요해서요. 인증 메일을 보냈는데 수신자가 팀장님이십니다. 메일을 확인...

  법무 팀장 : 그거 로그인을 왜 해?

  그 : (못 들은 줄 알고) 아, 지급명령 신청을 진행하는데요, 로그인에 인증이 필요...

  법무 팀장 : 그니까 그걸 니가 왜 하냐고.

  그 : (?? 해야되니까 하지) 아, 저희가 지금

  법무 팀장 : S(팀장 이름) 바꿔.

  그 : 네?

  법무 팀장 : 너 말고 S더러 전화하라 하라고. 

  그 : 아... 

 - 통화 두절 -



  U 과장 : 뭐라고 하셔?

  그 : (주눅이 들어) 그... 팀장님께서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U 과장 : ...

  T 과장 :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더라만...

  S 팀장 : 무슨 일인데?

  T 과장 : 아, 지급명령 신청을 하기 위해서 로그인을 하려는데, 본인 인증이 필요한가 봐요. 얼굴이가 인증 메일을 보냈는데 수신자가 법무팀장님이셔서... ... 방금 전화를 드렸는데 팀장님이... ...

  S 팀장 : 그래서, 내가 전화하면 된다는 거지?

  T 과장 : 네.


  S 팀장 :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네 팀장님.

  전화기 속 : #$@%##$@#$

  S 팀장 : 아 그, 저희 업체 중에 지급명령 신청해야 할 건이 있어서요.

  전화기 속 : ^%&@#%*$%$*$#*%^

  S 팀장 :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T/U/그 : (S 팀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S 팀장 : 앞으로 지급명령은 법무에서 진행한댄다. 우리는 내용증명까지만 하고, 이후 지급명령 관련된 거는 법무에서 요청하는 자료만 주고 끝내.

  T/U/그 : 알겠습니다.



 당시를 회상했을 보면, 그는 자신이 그다지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았다. 회사의 흐름도,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을 때니 말이다. 하지만 T 과장과 U 과장이 보기에는 그가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나 보다. 아니면, 걱정해주는 척하며 은근히 잔소리를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뽑아준 첫 팀인 사업지원팀에 애정이 가득한 상태다. 과장들이 그를 케어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U 과장 : 너 잘못 아니라니까? 눈치 볼 필요 없어.

  T 과장 : 얼굴아, 진짜 별 일 아니니까 걱정할 것 없어.

  그 : 아, 네. 그런데 혹시, 법무 팀장님께서는 왜 저희가 로그인을 하면 안 된다고 하시는 건가요?

  T 과장 : 로그인하면 소송 진행하고 있는 건이나 이력 같은 걸 다 볼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사업지원이 아니라 법무팀 업무에 속한다고 하시는 거지.


 이게 드라마 '미생'에서 보았던 부서 간의 업무 영역 다툼이구나, 생각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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