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트램부터 페리까지, 스웨덴을 달리다

스웨덴의 대중교통 이야기

by 문지아

Cover Photo by 문지아


조용한 선로 위, 구석구석 여행


이동이 여행이 되는 나라, 스웨덴

스웨덴에서의 일상은 대중교통과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 차분한 도시 분위기처럼 이곳의 교통수단도 소란 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버스, 트램, 기차, 페리, 그리고 지하철까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공통적으로 시간을 지키는 조용한 동반자다.


북유럽의 높은 교통비, 그러나...

북유럽에 살면서 가장 부담되었던 것은 바로 교통비였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에서는 한 번 타는데 기본 요금이 5,000원 수준으로, 프리랜서로 간간이 용돈 벌이 중인 나에게는 꽤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곳은 교육·연금 등 복지 시스템이 탄탄한 나라다. 대중교통 역시 다양한 할인 및 무료 이용 혜택이 잘 갖추어져 있고, 그 배경에는 '누구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


유모차와 함께라면, 무료

스웨덴에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보호자는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아이가 실제로 유모차에 앉아 있어야 하며 기차, 트램, 지하철 등 일부 교통수단은 예외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버스에는 유모차 전용 공간이 마련된 중간 출입문이 있다. 그래서일까, 스웨덴 버스의 중문에서는 늘 귀여운 아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이 나라가 지닌 '사회적 친절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여섯 가지 교통수단, 하나의 카드

스웨덴의 대중교통은 총 6가지 종류가 있다.

버스

지하철(Tunnelbana)

트램(Spårvagn)

지역 전철(Pendeltåg)

국철(기차)

페리(Färja)

이 모든 수단은 SL 카드(스톡홀름 기준) 하나로 통합 이용할 수 있으며, 학생, 장애인, 노인, 보호자 등에게는 할인이나 무료 혜택이 적용된다.


스톡홀름의 교통비, 정말 비쌀까?

스웨덴의 대중교통 요금은 유럽 내에서도 '비싼 편'으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한국, 특히 서울 경기에서 광역 버스를 이용하며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익숙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신분당선과 광역 버스를 이용하며 평균 10~11만 원을 교통비로 썼다. 스톡홀름의 30일 정기권은 약 12만 원 수준이니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셈이다.


스톡홀름의 모든 육상 기반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트램, 지역 전철 등) Storstockholms Lokaltrafik (SL) 에 의해 운영된다. SL은 통합 환승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티켓 유효 시간 안에 자유롭게 환승 가능하다. (ex. 버스 → 지하철 → 트램 등)

티켓 구매할 때 (75분, 24시간권, 72시간권, 1년 정기권) 선택할 수 있고 가격이 각각 다르니 유의하여야 한다. 이 교통권 이용을 위해서는 SL 어플을 다운로드 한 후 활성화를 해야 한다.



1. 버스 - 동네 구석구석까지 닿는 발걸음

스웨덴에서 자주 보이는 버스는 중간에 아코디언 같은 공기통이 달려 있다. 긴 몸체가 좌우로 부드럽게 휘어질 때면 나는 마음속으로 '지렁이 버스'라고 부른다.

스웨덴의 버스는 도시 외곽부터 시내까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다음 정거장 안내뿐 아니라, 다음 열차 도착 시간까지 알려줘서 환승도 수월하다. 버스 안에서 '3분 후 열차 도착'이란 문구를 봤을 때, 이 나라는 참으로 섬세하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작은 마을 버스에도 USB 포트가 설치돼 있어 이동 중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다. 작지만 사려 깊은 디테일이다.



2. 트램 - 도시의 리듬을 따라 달리는 선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는 트램이 일상이다. 파란색 트램은 마치 물결처럼 일정한 리듬으로 도시를 가로지른다. 정류장마다 멈출 때조차 소란스러움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다.

일부 도시에서는 무료 트램이 운행되기도 한다. 목적은 다르지만, 트램 위에서 흐르는 고요한 풍경은 언제나 느긋하다. 트램에는 개표구가 없고, 기둥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이며 양심을 기반으로 한 탑승이다.

(1)유료 트램 (Regular Paid Tram)

예시 : 예테보리(Göteborg)의 트램

운영 주체: 지역 대중교통 기관 (예: Västtrafik)

요금: 일반 대중교통 요금 체계 적용

용도: 시민들의 일상 교통수단

티켓: 앱, 자동판매기, 교통카드 등으로 구매

검표: 무작위로 검표원이 탑승해 확인 → 무임승차 시 벌금


(2)무료 트램 (Free Tram or Shuttle Tram)

예시: 일부 관광지·행사에서 운영되는 셔틀형 트램

운영 주체: 지방자치단체, 상점가 연합, 관광청 등

요금: 무료

용도: 주로 관광객이나 방문객을 위한 단거리 셔틀

노선: 주요 관광지, 중심가, 박람회장, 항구 등 제한된 구간

운행 시간: 평소보다 짧거나 특정 시즌/이벤트에만 운영



3. 지하철 - 미술관을 품은 도시 속 동굴

스톡홀름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긴 예술 갤러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마다 색과 조형물이 달라 동굴 속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출퇴근 시간의 혼잡함은 어느 나라나 닮아 있다. 하지만 스웨덴 지하철에는 조금 색다른 풍경이 있다. 앞사람이 개찰구를 통과하면 뒤따라 우르르 들어가거나, 가뿐히 뛰어넘는 모습도 가끔 보인다. 놀라운 건, 역무원이 이를 제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Planka.nu'라는 무임승차 연대 단체가 있다. 월 회비를 내면 무임승차 적발 시 벌금을 대신 내준다. 무임승차가 하나의 정치적 주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벌금은 꽤 높은 편이다. 한번은 벌금 영수증을 손에 쥐고 조용히 내리는 소녀의 씁쓸한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날 나는 '그래, 결국은 양심이 답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기차 - 도시와 도시 사이, 느긋한 연결

스톡홀름을 떠나 달리는 기차 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온다. 고요한 호수와 숲, 설경이 이어지며 긴 여정도 어느새 휴식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KTX와 달리 좌석은 기본적으로 랜덤 배정되고, 추가 요금을 내야만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어느 날은 마주 보는 4인 좌석에 배정되어 낯선 사람과 마주 앉아 5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쩐지 낯설고도 묘한 시간이었지만, 그 또한 기차 여행의 한 조각이 되었다.

기차 안에는 비스트로 칸이 있지만, 음식은 비싸고 맛도 그리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다. 대신 작은 테이블 위에 각자 준비한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올려놓고 조용히 허기를 채우는 모습이 흔하다. 느릿한 기차의 움직임 속에 도시와 도시를 잇는 잔잔한 여유가 머문다.



5. 페리 - 물 위를 달리는 달리는 시원한 통로

스톡홀름처럼 바다와 섬이 많은 도시에서는 페리가 교통수단이자 여행의 연장선이다. 출퇴근 시간에도 페리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섬과 섬을 잇는 그 길은, 평범한 이동을 넘어 작은 낭만을 담고 있다.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려면 버스나 지하철처럼 똑같이 교통카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내부 좌석도 넉넉하고, 날씨가 좋으면 페리 위 갑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겨울 칼바람에도 갑판에 앉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 바이킹 후예구나'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번외 이야기

이동 중의 여유, 음식도 가능

스웨덴의 대중교통 안에서는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빵, 바나나, 커피 등을 들고 조용히 먹는 모습은 이동 시간조차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드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게 이곳 사람들의 방식이다.

하지만 가끔은 예외도 있다. 한 번은 누군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 바람에, 고소한 냄새가 전철 안 가득 퍼져 조금은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날은 조용한 여유가 잠시 흔들린 순간이었다.

예테보리(Göteborg) 행 기차 안에서


지역마다 다른 교통 카드

어느 날, 웁살라 대학교를 방문했을 때였다. 버스에 타려는데 카드가 계속 찍히지 않았다. 버스 기사님의 무심한 한마디, "SL 카드는 웁살라에선 못 써요." 알고 보니, 웁살라 지역에선 'UL'이라는 별도의 교통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내가 가진 SL 카드는 스톡홀름 한정 카드였던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 이렇게 지역마다 다른 교통 카드를 써야 한다니, 조금 낯설고 약간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곳도 엄복동의 나라인가

자전거 이야기를 하자면, 스웨덴은 진정한 자전거 왕국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와 횡단보도, 넉넉한 주차 공간 등 자전거 문화가 발달해 있다. 자전거 손 신호(Cyclist Hand Signals)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스웨덴에서는 법적으로도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 자전거 도난도 흔하다. 종종 덩그러니 앞바퀴만 남겨진 자전거 혹은 안장만 빼가는 일이 잦아, 덩그러니 남겨진 자전거 부품들이 거리에 쓸쓸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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