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과거와의 완전한 이별 여행
"도담아 서랍 열지 마"
결혼을 하고 부모님 집의 나의 방은
항상 그대로였다
그냥 귀찮아서 정리를 하지 않았다
지난주 둘째 아들이 나의 오래된 책상 서랍을 열고
그 안에 있던 전여자 친구와의 사진 및 첫사랑과의 편지를
거실에 쫙 뿌렸다
과거의 연인이 그리웠다기보다는
그냥 치우는 것조차 귀찮은 기억이었다
아니.. 거기에 그런 거가 있는지 조차
인지 못 할 만큼 관심조차 없는 과거의 흔적일 뿐이었다
와이프는 기가차 했다
그러나 다행이다 그 편지들 사이에
내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유로가 나왔다. 자그마치 2천 유로
요즘 환율로는 약 300만 원어 치다
전 여자 친구와 놀 때 3백만 원 아꼈다고 말하면
역풍을 맞으려나?
이건 뭐.. 무조건 지는 게임이다
아마도 전여자 친구와 유럽 다녀오고 남은 돈인 듯싶다
출처와 상관없이 2천 유로 전액을 와이프에게
기부하며, 나의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탈출했다
돈을 줘도 기분 나빠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그래도 돈 없이 사진과 편지만 나왔으면
지금보다 상황은 더 악화됐을 거라 생각하고
넘어가자...
아들아.. 고맙다
아빠의 과거를 일시에 청산하게 해 줘서..
그리고 그 돈으로 여행을 가자고 내가 제안을 했다
경기도 다낭시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만
정작 우리는 못 가본 곳..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같은 곳!!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착 가장 중요한 가족을 못 가진 토니 스타크처럼
다낭은 우리에게 그런 곳이었다
많은 곳을 가봤지만
정작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본 곳을 못 가본 우리..
가자 다낭으로!!
숙제에 지친 초등학생 3학년 큰아들과
(여행기간 중에는 숙제 이야기 안 할게)
비행기 타고 싶다 던 6살 둘째 아들과 함께..
둘째는 집에서 수영복을 입어 보고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같이 타는 모들 사람들에게
저 베트남 갈 거예요라고 말한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모두 다 안다
베트남 간다고...
이제 빼박이다
가자!! 다낭으로!!
우리의 다낭 여행은
본의 아니게 청산하게 된
나의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보통 동남아 갈 때는
US달러를 가지고 가는데
우리는 유로를 가지고 간다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천국은 멀고 미국은 가깝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유럽은 멀고 동남아는 가깝다
유럽을 또 갈 줄 알고 남겨놨을 텐데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동남아 갈 때 유로를 쓰다니..
유럽은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나저나 준비와 계획 없는 이번 여행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