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친한 형이 있었다.
내가 19살 때 타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이 없었을 때 한때 밥을 굶은 적이 있었는데,
그 형은 나에게 밥을 사 먹으라고 내 손에 5만 원을 쥐어주셨다. 나랑은 피 한 방울도 섞지 않았던 형이었는데, 내가 봤을 때 그 형도 잘 사는 것도 아닌데,
“굶지 말고 밥은 먹고 다녀.”
왜 돈을 주셨냐고 물어보니까,
형이 “동생 챙기는 건 당연한 거잖냐.” 하고,
“그게 낭만이다.” 하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낭만’이란 단어가 멋있다고 느껴졌다.
몰랐었는데, 그 형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받지 않고 자랐었다. 그런데도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셨다. 그 형도 학창 시절에 굶고 다녔을 때 자기보다 윗사람이 챙겨주셨다고 말해주었다.
그 형은 늘 해맑았고, 낭만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보다 어린 후배를 보면 밥을 사준다.
그 형은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감춰버렸다. 전화번호도, 연락처도 바뀌고, 지인들도 소식이 끊겨버렸다.
난 아직도 그 형이 내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그냥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은혜를 갚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