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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

by 김지태

나는 화가 난다.
나는 항상 감성적인 글을 계속 쓰고 있었다.
내 글을 민우라는 친구한테 보여줬다.
처음엔 감성이 있다, 마음에 울림이 있다고 평가했던
민우가 나에게 폭언을 했다. 나보고 한 말은

“너 글 개노잼이야.”

제발 그따위로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아니, 이렇게 멋있는 말을 하는 걸 보고
마음에 울림이 있어야 하는데,
저놈이 재미없다고 하니까 화가 난다.

솔직히 말해서 나보다 블로그 글을
저놈이 먼저 시작한 건 맞다.
하지만 글은 저놈보다
내가 더 잘 쓰는 거 같은데, 이렇게 하염없이
글만 바라보고 글에만 집중하는데,
저런 망할 피드백을 뱉는 저놈이 미워진다.

“감히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친구가 말해주는 나의 문제점.

“네가 쓰는 글에 겉멋이랑
너같이 쓰는 놈들은 수두룩 빽빽하다고.”

팩트 폭행을 날려버렸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화가 나고 억장이 와르르 무너졌지만,
그래도 친구인지 나한테 피드백을 해준 것 같다.
피드백을 해주는 건 고맙지만,

진짜 먼지 나게 때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한 말이기 때문에 참았다.
나는 물어봤다. “그래, 뭐가 문제야 대체?”

“너는 일단 폼을 잡으려고 하지 마.
네가 무슨 사람을 위로해?
너한테 위로받을 바엔 ChatGPT한테
위로해 달라고 하는 게 더 빠르겠다.”

“일단 너는 멋있지가 않아.
그냥 멍청한 놈일 뿐이야.
근데 그 멍청함을 글에 풀어 넣으라고.”

“예를 들면, 너의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랑 여고 가서 여고생을 구경하다가
담임선생님한테 잡혀서 몽둥이로 맞는
스토리를 쓰란 말이야, 답답한 놈아.”

나는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다.
내가 생각한 내 모습은 차분하며 조용하고,
책을 읽는 그 흔한 지적인 남자라고
착각을 한 것이었다.

민우에게 말했다.
“아니, 나는 감성 있고 완벽한데
내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쓰니?”라고.

하지만 민우는 나한테
“넌 그냥 찐따 같은 놈이야.”라고
쇄기를 박아버린 것이다.

왜 나는 감성적인 글을 쓰면
다들 겉멋이라고 하는 것인가.
억울하지만 나는 견뎌야 한다.

그래서 나다운 글을 써보기로 했지만,
지금의 나는 감성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갇혔다.

그러다 보니 너무 피곤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나의 새로운 글쓰기 스타일을
아직은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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