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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에 실패했을 때

by 김지태

이것은 2019년, 20살 때의 흔하지 않은데 흔한 이야기이다.


내 친구 중에서 창민이라는 애가 있는데,

살면서 여자 손을 한 번도 제대로 못 잡아본 안경 쓴 샌님이다.


창민이가 고민이 있다고 친구들을 불러서 모았다.


“야, 내가 진지하게 말할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


“진지나 잡수세요. 일단 뭔데, 말해봐.

형이 다 들어줄게.”


“다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못 다가가겠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조언을 했다.


“내가 좋은 작전이 하나가 있는데.”


“뭔데?”


“일단 네가 좋아하는 여자애, 그리고 걔네 친구들 싹 다 집합시켜 봐.


"엥 친구들까지?"


"그래야 우리가 도와줄 수 있지 이건 초 특급 협동작전이라고!"


오오오~ 역시 지태


거기서 네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누가 한 명이

모르는 사람인 척하면서 빌런 역할을 하고,

창민이, 너는 그녀를 보호하는 전략이지. 어때?”


친구들은 내 말을 의아했다.


“야, 이건 미친놈 같은 발상이잖아.”


“아, 이건 아니야. 평범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해?”


그걸 듣고 나는 다시 이야기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평범한 적이 있었냐?”


이 말을 듣고 옆에 있던 A라는 놈이 맞장구를 쳤다.


“맞긴 해! 야, 우리가 보여주자. 우리가 누군지! 그래, 할 수 있다!”


창민이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그렇게 전장에서 승리한 것 마냥 좋아했지만,

우린 그런 변수를 마주칠 줄은 몰랐다...


일단 장소는 제주시 제원 어느 이자카야에서 보기로 했다.


창민이, 나, 민호, 그리고 여자애들 세 명. 이렇게 자리에 앉았다.


빌런 역할을 맡기로 한 A는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조금씩 생겼다.

창민이가 좋아하는 여자애는 정말 순수한 에겐녀인데,

바로 내 앞에는 가죽 재킷을 입고, 타투가 많고, 피어싱을 한 기가 센 여자가 있었다.

민호 앞에는 선수출신여자애가 있다.


“어라...? 이건 작전에 없었던 거 같은데.”

뭔가 틀에서 벗어나가는 기분이었다.


창민이는 다행히 그녀와 잘 대화하고 있었고,

내 앞에 있던 가죽 재킷의 테토녀랑은

처음 본 사이여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그때, 테토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묵언수행하세요?”


“아하... ㅋㅋ 제가 사실 묵언수행을 좋아합니다.”


예?”


나는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말이나 꺼내기 시작했다.


“오, 타투가 이쁘시군요~ 무슨 의미죠?”


“없는데요.”


“넵...”


너무 말문이 막혀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 옆에 있던 민호 놈은 그 운동하는 여자애랑

대화도 안 하고 각자 폰만 보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빨리 이 갑분싸 분위기를 끝내고자 빌런을 불렀다.


카톡 내용


A야,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네가 지금 와야 될 것 같다.


“오케이, 라저.”


그렇게 내 신호를 받고 문을 열고,

A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창민이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다가가더니 말을 걸었다.


저기요, 번호 좀 주세요. 취향이 제 스타일인데요?”


“싫은데요. 제가 왜 그쪽한테 번호를 줘야 하죠?


“아니 그냥 주세요. 저 한 번만 믿어봐요.”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오... A 이 자식 연기 꽤 좀 치는데?”

나랑 민호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그러자 창민이가 번쩍 일어나자마자 언성을 높이며,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라고 연기를 하던 찰나,

갑자기 테토녀가 벌떡 일어나더니 A의 얼굴에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적당히를 알아야지, 뭐 하는 거야 구질구질하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창민이, 민호랑 함께 순간적으로 뇌 정지가 왔다.


“와... 이건 뭔가 잘못됐다.”


그러자 A가 갑자기 우릴 바라보면서 돌발행동을 한다.


“야, 이거 대본에는 없었잖아! 아니, 이거 맞아?”


여자애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을 했다.


“뭐, 대본? 야, 너네 솔직히 말 안 하면 집에 못 간다. 다 말해라.”


나는 화가 나서 A한테 소리를 질렀다.


“야! 그걸 왜 말하냐?! 아니, 뭐 하는데?!”


그러자 테토녀가 소리를 질렀다.


“넌 조용 안 해?!”


“넵...”


창민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창민이한테 했다.


“이제 다신 보지 말자. 너한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는데, 실망이야.

어떻게 나를 속이면서까지 그러려고 했어?”


창민이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져 갔다.


A는 귀싸대기를 맞고 우리에 계획을

발설해 버려서 참 교육은 면했다 (의리 없는 놈..)


테토녀는 우리에게 참 교육을 하려는 듯 말을 꺼냈다.


“솔직히 이건 그냥 보내줄 수가 없어.”


“남자 세 명, 인디언밥으로 맞으면서 엘보우로 거세게 등 찍히고 쿨하게 가자.”


창민이랑 민호는 겁이 많아서, 내가 나서기로 했다.


“이의 있습니다! 제가 대신 처맞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너네 두 명은 이제 꺼져.”


그 말을 듣고 창민이랑 민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나쁜 놈들...”


나는 여자 세 명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고,

마지막엔 내 등에 세 명에서 엘보를 꽂았다.


처음엔 ‘여자인데, 얼마나 아프겠어?’ 했는데,

엄청 아팠다. 너무 아팠다. 허리가 휘어질 뻔했다.


그렇게 나는 길거리에서 비틀비틀 걸어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은 집에 간 줄 알았는데,

만신창이가 된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친구들은 나를 부축하고 삼무공원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창민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야... 근데 너, 작전이 왜 실패했냐 대체?”


나는 말했다.


“만약 테토녀가 아니었고, 다 에겐녀였으면 이 작전 100% 먹혔다.

근데 상대가 테토잖냐, 어쩌겠어.”


옆에 있던 민호가 말했다.


“야, 그래도 나는 노력했다.”


“? 뭔 소리야. 너는 말 한마디도 안 했더만.”


A는 다가오면서


야 테토녀 장난 아니더라.. 너네가 싸대기를 안 맞아봐서 그래.. 머리가 돌아갈뻔했어


그 말을 듣고 우린 빵 터졌다


"야 엄청 아파 보이긴 하더라 ㅋㅋㅋ 괜찮지?"


"솔직히 제가 제일 고생하긴 했어"


그러고 나서 나는 작전에 성공한 것처럼 허세를 부렸다.


“야, 창민이! 그래도 내가 어..!. 테토녀랑 말하는 거 봤지? 정말 기똥차지 않았냐?!”


창민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역시~ 연애했던 애들은 달라~”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떠들면서,


“야, 작전도 실패한 김에 술이나 마시러 가자!!”


“좋아, 오케이 콜!”


우리는 이렇게 작전을 실패한 걸 잊고,

술을 마시면서 새로운 안주거리가 생겼다.


바보 같았지만, 함께 있으면 든든하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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