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지태
신들은 나에게 의지하라고 재촉했다.
대지 위에 서 있었을 때,
의지하면 할수록 다시는 차가운 외부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의지할수록 나는 결국 나약해져 버렸다.
그때의 나는 신을 믿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의지의 공간 속에 오래 머물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은 심해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
신들이 나를 보호한다고 말했기에
나는 오직 그들에게만 의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 자신은 점점 사라져만 갔고,
내 의지와는 다르게
그들이 말하는 대로 살아가야만 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세뇌’**였는지도 모른다.
신들이 내게 제시한 계약 조건은 기묘했다.
“자기를 믿는 대신, 너 자신은 믿지 말아라.”
이 이상한 제안에서 불안함이 감지됐고
나는 결국 그들과의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계약을 끊고 나가 본 세상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해야만 했다.
신들이 먼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신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신 대신, 나 자신을 믿기로.
나를 믿기 시작하자
사라졌던 불완전한 자존감은
비로소 완전체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을 믿을수록
힘이 생기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나만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길 위에서
나 역시 나만의 가치관과
나만의 신념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