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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Jan 15. 2024

가족의 재구성

콩이(반려견)의 시간

사료를 거부했다. 영양 듬뿍 맛도 좋아 어서 내놓으라고 졸라대던 것이다.

 찡찡거려 살펴보니 집 안쪽으로  묽은 변을 한 탕 쏟아내어 놓았다. 그러고는 축 늘어진다.

 닦아주고 돌아서는데 한 번 , 이번에는 아예 뿜어 낸다.

그런데도 안한 표정이다. 소화되지 못하고 독이 된 그것들을  몸 밖으로  배출해 버리니 홀가분해진 것 같다.

어제의 만찬이 생각났다.

녀석의 식탐은 착각 불렀고 결과는 이렇듯 참담했다.

후회가 밀려온다.

오후 다섯 시 이른 저녁이라 괜찮겠지 했다.

 

사람나이로 팔십이 넘었다.

슬개골이 탈구되어 한 동안 힘들었다.

또, 백내장인 한 쪽눈에 뿌연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점으로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오른쪽 눈 전체를 덮어버렸다. 까맣고 영롱했던 눈은 혼탁해지며 사라져 버렸다.

흐려진 세상 때문일까? 어른거리는 물체들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허공을 보고 짖거나 으릉댔다.

설상가상으로 기관지에 생긴 통증은 쾍쾍 마른 탁음을 토해냈다. 특히 밤에 더 심했다.


1초에 다섯 너끈하게 콩콩대던 녀석인데 10초에 한 걸음이 벅차 숨을 고른다.

작은 몸으로 종일 종종 대며 종횡무진 뛰 다니던 녀석은  하루종일 하릴없이 누워있다.

남편은 작은 몸에 새끼를 품게 한 탓도 있을 거라 자책했다.


우리 가족은 이미 두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 셩이, 환(셩이새끼)이 두 마리 떠나는 마지막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낳은 강아지 중 가장 약했던 아이가 환이다. 우리에게 첫 인연인 셩이와의 이별은 어미 잃은 환이가 더 걱정이 되어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리는 환이를 위해 가족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콩이었다. 작은 솜털인형 하나가 콩콩대며 작은 상자 안에서 튀어나왔다. 처음 보는 우리 가족에 대한 어색함은 일도 없이 사방으로 콩콩콩 튀어 다녔다.


환이는 콩이의 대모가 되고 바빠졌다.  환이를 위한 작이었지만 사랑스러운 녀석은 매력덩어리였다. 시도 때도 없이 놀아 달라 보채는 까닭에 두 놈은 여기저기 후 집고 뛰어 돌아다녔다.

콩이는 셩이의 빈자리를 번잡스럽게 채워주었다.  어미 잃은 환이는 루를 정신없이 보낼 수밖에 없었다.


환이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 녀석이다.

녀석은 모든 것을 다 비우고 가족 하나하나 눈을 맞춘 뒤 몸을 돌렸다. 꼬리를 살랑대는가 싶더니 천천히 그리고 멈춤... 지구별에서의 환이의 시간도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몇 차례 이어진 이별의 슬픔 우리 가족의 가슴에 남아 조각조각 추억 되었다. 

이제는 콩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나 보다.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아프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쉽지 않다. 말을 못 하니 더 답답하다.


내 일상은 기상과 함께 녀석과 눈을 맞추고,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 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주무르면 응결됐던 잔 근육들이 부드러워진다.

기저귀를 풀어 배변을 도와주고

묽은 죽을 섞어 불린 사료를 먹인다. 몸 구석구석

닦이고-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가 들면 냄새가 다- 약을 넣어주고 발라준다.

통증과 증상에 비례해 늘어난 처방들은 순서대로 진행된다.

잠시...

바쁜 손을 움직이다 마주친 두 영롱하고 까만 눈동자..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백내장으로 추정됐던 막은 사라졌고

밤마다 괴롭히던 마른기침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호흡이 편해지니 당연히 표정이 밝다. 회춘한다며 농담을 던질 여유도 생겼다.

쌀과 북어를 불려 푹 끓인 미음은 녀석의  설사를 멈추게 하였고,

지금 나는 조금 편하다


"수술을 해도 살 지 어떨지는 모른데..."

얼마 전 반려견 푸딩이를 잃은 이웃집 성순여사는 내 조언을 기대했지만...

어떤 말도 해 드리지 못했다. 웰시코기 푸딩이는 하루아침에  뒷다리가 마비되어 반신불수가 되어 버렸다. 골목을 오가며 눈인사하던 녀석이다. 주체를 못 하고 흔들어대던  꼬리를 감추고 애원하듯 슬프게 울었다.  허리디스크라는 병이 그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어마어마한 수술비도 렇거니와 치를 예측할 수 는 의사의 말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주변의견은 다양했지만, 푸딩이는 수술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술로 수명은 연장되겠지만 반신불수는 어쩔 수 없다는 것에 성순여사는 결심을 굳혔다. 일 밥을 주던 주인을 보고 으릉댔다. 예민해질 데로 예민해진 푸딩이는 사료를 거부하고 물마저 한 방울 못 삼키던 다음날, 두 주일을 못 넘기고 떠나갔다.

"푸딩이 갔어..."  먹던 영양식이라며 레토르트 포장된 삼계죽 두 개 배변패드 남은 것을 가져다주시면서 한숨을 토하듯 말씀하셨다. 먼산을 바라보며 마지막 모습과 마당 한 켠에 묻어 준 것 등을 덤덤하게 전해 주셨다. "내가 모질어서..." 말을 끝으로 둘은 그날의 기억을 일부로라도 말을 안 한다.


생명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 푸딩이는 그렇게 성순여사의 아쉬운 추억이 되었다. 


우리 가족들은

콩이와의 이별이 어떤 그림으로 다가 올 지에 대해 나누어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잘하고 있다 눈을 맞춘다. 녀석이 인지하던 그렇지 않던 그렇게 한.


오늘도 콩이는 남편을 졸라 간식을 얻어 냈다. 아침 땡깡소리가 당차다.  "콩이만 줄 수없지.."  다른 녀석들까지 득템 했다.


"모질어 모질어.. 그지? 콩이" 억지로 세운뒤 걷기를 시키는 나는 모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 털썩 주저앉는 콩이를 다시 일으켜 세다. 또 세우고 주저앉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한 녀석이 발걸음을 옮긴다.

장하다 콩이... 오구 오구 이쁜 것!!!


골프채  해드커버만 했다.
팻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
한국은 2000년대부터 반려동물 기르기 붐이 일었다. 그렇게 가정하면 2016년대부터는 노년기에 접어든 반려동물들은 수명을 다하게 된다. 팻로스 증후군도 확산된다는 말이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는 친한 친구를 여자는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관계의 상실, 즉 3-6개월이 지나도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입양할 때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이런 아픔을 자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존중해 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상식을 보는 세상의 법칙:심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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