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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Jan 25. 2024

육십에 카페를 열었다.

시바...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강아지 괜찮나요?  순둥인데,.." 

 "..."

 " 얌전히 앉아만 있을 겁니다."  


강아지라길래 키우고 있는  몰티즈정도 생각했다.   홀 손님들의 표정을 살폈다. 작은 공간이라 다 들린다. 그래도 된다는 시그널을 웃는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운이 좋은 놈인가 보다

가족들과 함께 입장한 강아지? 는 지 않았다. 바견, 정확히 시바이누였다.   진도견과 같은 듯  다른 외모...

일본 토종견인 시바(작은) 이누(개)는 본토에서는 소형견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갈색과 흰 털이 조화롭게 윤기가 흐른다. 주인의 애정 어린 공들임이 느껴진다. 곧게 세운 귀와 함께 고개를 갸웃하며 탐색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견종을 선호했던 내게 우람하고 직하게 다가왔다.   아우라가 깔린다. 고급지고 멋졌다. 오종종 앙증맞 않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첫 대면 아니다.  일본 아키타 여행 중 케이지안의 녀석 눈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사방이 온통 눈에 덮인 추운  환경임에 씩씩하고 당당했다.


애견인이지만 홀 입장 불가다.  
입장을 허 하는 순간
왕왕!! 이리오너라.. 호령하며 뛰어들어 오거나
감찰하듯 가재눈을 하고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심지어는 킁킁 냄새를 맡아대다가...  지맘대로 제 소유지로 만들어버리는 놈들도 있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으릉대며
심기불편함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들이 애견인들에게는 가벼운 에피소드로 웃어넘길  있다. 그러나  질색팔색하며 놀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애견동반 시엔  마당 테이블에서만 가능하다 안내한.


견주말대로 녀석은 아주 순둥이로 보였다. 복종심 장착된 시선은 오로지 사람...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시바이누를 동행한 가족의 평안 시간은 여유롭게 흘러갔다. 다른 테이블 역시  녀석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다. 카페 안은 따사롭게 흘러들어 오는 햇빛을 머금은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뉘엿거리며 해가 서쪽으로 사그라들 즈음 테이블도 하나씩 비어졌다. 어느덧 도란거리며 복작대던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이제 시바 가족만 남았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러갔다. 부스럭... 그들도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배웅할  태세를 갖추었다.


녀석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앞발을 쭈욱 뻗어 구겨있던 몸뚱이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기지개를 켰다. 둥이를 뒤로 더니 높이 쳐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흐르는 음악과 어우러지듯 꼬리가 살랑댔다. 당한 잔 골 근육들이 천천히 씰룩거렸다.  견주와 나는 미소를 교환했다.  순조로운 마무리에 대한 덕담이 오고 갔다. 아주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쟁반을 수거하고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


별안간 눈앞의 뿌연 공기층... 몹시도 불운들... 우리의 시선은 동시에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시선이 모인  그곳에는  슬로 무브로 살랑거리던 꼬리는 간데없다. 접신이라도 한 냥 마구 흔들어대는 미친궁뎅이 보였다.

삽시간에 놈의 주변은 물론이고 카페 전체가 털들로 가득 찼다.

한번 시작된 엉덩이 춤은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   두발은 정교하고 치밀하게 귀 언저리를 극적 극적... 털고 다시 극적 박작... 숨죽이고 있던 촐한 것들까지 솎아냈다. 작고 가는 그것들은 서남북  도깨비바늘이 되어 폴랑거렸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벌어지고 있는 일과  벌어진 후의 상황들로 내 머릿속은 마구 얽혀버렸다.

혼란스럽고 불쾌한 날림전체를 뒤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놈에게 벗어난 방종스런  오 센티 남짓한  구분 선들의 망나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향연은 어수선했고 공기는 더 탁해졌다.


정신줄을 놓아 버린 나,  녀석을 제지해 보려는 견주의 제지명령...  "안돼! 안돼!" 

그러나 녀석은 질끈 감고 들은 척을 안 했다.

그렇게 한참을-내 기분은 그랬다- 의식은 드디어 끝을 향해 갔다. 한결 개운해진 표정과 함께 삼바춤사위는 막을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말아갆게 초기화된 표정으로 명을 받잡겠다며 앉아 올려다본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 와중에 귀여움은 무엇? 견주도 어처구니없었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내 웃음이 그들에겐 안도의 메시지 되었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시바와 가족들 서둘러 떠나가고.. 나는 일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

다행다면  피크시간이 지났는 것.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발길이 일찍 끊긴다는 것. 그래서 올 분들은 다 다녀가신 것 같다는 것. 골목 끝 한적한 곳이라는 지정학적인 조건을 감사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제부터 내 시간이 왔다.  공기 중 어디엔가 숨어 있던 한 오라기의 털이 누군가의 커피잔에 살포시 내려앉기라도 하면  낭패다.


단모견종은 털이 많이 빠진. 그중 시바이누는 하루에 두 번씩 빗질을 해 주어야 할 정도로 양 많다고 한다.  실외에서 키워야 하는 것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상황 달라졌을까? 


덕분에 석구석 얇게 펼쳐져 죽은 듯 숨어 있던 먼지들까지... 의도치 않게 대청소가 되어버렸다. 하다 보니 기분이 맑아진다. 몇 분 전의 예기치 못한 쾌한 노동이 힐링인트로 바뀌어진 것이다. 카티르시스까지 동반된다. 념이 사라지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다. 그동안 내 안에 묵혀있던 낡은 것들까지 싹 정리되는 느낌이다. 불편한 마음을 길게 저장 못 하는 내 성격도 한 몫했다.


다만. 며칠 동안 살피고 흘깃 보고 정면으로 보고 고개를 뉘어 재눈이 되는 작용은 있었다.

그날 이후 단단히 마음먹었다. 내 카페에 더 이상 어떤 강아지도 입장불가라고...


그런데.

"강아지 입장되나요? 꼭 안고 있을 건데요. "

 "안고 계신다면..."

"저기... 꼭 안고 계셔야 돼요"


난... 구제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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