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15
그건. 음! 모르겠다.
처음 여기에 글 쓴 게 9월 3일. 이제 석 달 남짓. 이게 100번째 글이니까 하루 한 편씩 쓴 셈이다. 오! 그렇게까지나. 눈만 뜨면 뭘 쓰지, 어떻게 마무리하지. 쓰고, 고치고, 지웠다 다시 쓰고, 발행 버튼 누르다, 취소하다, 아무튼 그리 쌩쇼를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쓸 거리 뭐 없나 인터넷 기웃기웃, 경비실 들어온 신문 뒤적뒤적, 머리 긁적긁적. 밤마다 뒤척뒤척. 그러다 유레카! 빤스 바람으로 뛰쳐나가 노트북 켠다. 타닥타닥!
매일 쓰자고 스스로 다짐한 바도 없는데, 그걸 굳이 지키려고 또 애쓴다. 오전 7시 글이 발행되었다는 알람이 계속 울려댄다. 마치 원고 마감을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구독 작가 작품을 읽는다. 오! 기발한데. 아니! 어떻게 이런 글을. 낄낄대다, 급 우울해지다, 코끝이 찡해지다. 마음이 먹먹하다, 평온해지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그렇게 신세계를 경험하면 영감이 떠오른다는 건 거짓말, 오히려 기가 팍 죽는다. 뭔 글도사들이 이리 많은지. 하나같이 청산유수요, 주옥같은 명문이라, 당장 신인문학상 수상해도 될 성싶은 작품투성이다.
작가라 불러주니 어깨뽕이 지리산만큼 솟았는데, 이건 우주급, 어나더 레벨이구나 싶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의기소침. 글이 더 써지지 않는다. 게다가 왜 쓰니? 아까 묻던 말, 아직 대답도 찾지 못한 상태.
나는 소심하다. 내향적이다. 전형적인 I.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상대방이 싫어할까 봐 노심초사, 전전긍긍. 집에까지 그 생각 싸들고 간다. 정작 당사자는 천하태평이다. 그러니 품고 산다. 뱉지 못한 화가 내 안에 잔뜩 쌓여 있다. 풀 곳이 없다. 브런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 봐라, 분풀이하듯이 쏟아냈다. 그러니 속이 후련하다.
그것 때문이라고, 쓰는 게. 이러기야, 끝까지. 어차피 누군지 몰라. 너는 EAST로 기억될 뿐이야.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봐. 그래, 그래. 여기 물 있어. 한 모금 마시고 편안하게 얘기하면 돼.
주목받고 싶다. 아닌 척 하지만 나도 돋보이고 싶다. 마봉 작가님(분명 전생에 BTS급 음유시인이었을) 말마따나 수줍어서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기둥 뒤에서 글 쓰는 사람, 쩌는 사람 되고 싶다. 핵인싸 말이다. 나 이런 사람이오, 그러니 제발 알아봐 주시오, 숨어서 외치고 싶은 곳, 브런치다. 게다가 익명이다. 사실 나는 여자다,라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곳이다. 그래 오늘도 붉게 충혈된 채 자판 탁탁 치고 있다. 호모 라이투스. 나는 글 쓰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