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Ⅲ

내맘대로 일기 25

by EAST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누운 듯이 브런치 글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거의 세 시간째다. 어느새 정오가 가까워진다. 거실 창문으로 겨울 햇살이 문 두드린다. 그런데 이때 나를 두드리는 또 다른 소리가 있다. 제발 이제 그만, 좋은 글로 머리만 채우지 말고 나도 좀 채우라고 배가 보채는 소리다.


끙! 소파에서 일어난다. 엉거주춤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를 연다. 김치가 보인다. 김치찌개를 끓일까, 아! 성가시다. 있는 반찬으로 간단히 때울까, 안 땡긴다. 이럴 땐 뭐다. 라면이다.


찬장을 연다. 이젠 라면 먼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라면을 보니 뿌듯하다. 음! 오늘은 어떤 라면을 끓일까? 눈으로 훑는다. 확 눈에 들어오는 라면이 없다. 할 수 없지, 그냥 매운 라면을 고르려고 손을 뻗는다. 순간 옆에 있는 해물 라면이 눈에 반짝 띈다. 뻗은 손길이 잠시 멈칫한다. 그 틈을 타 짬뽕 라면이 나도 여기 있소이다,라는 듯이 들이댄다.


하! 이걸 어쩌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순간, 머리를 번쩍 스치고 가는 생각. 라면도 짬짜면처럼 매운 라면 & 해물 라면, 또는 짬뽕 라면 & 우동 라면, 이른바 반반 라면을 출시해라. 대박 난다. 그럼 나는 반반 냄비를 만들 것이다. 기발하다. 나의 빅 픽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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