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알레르기

내맘대로 일기 50

by EAST

봄이다. 긴 겨울 끝에 온 반가운 손님이다. 하지만 민수 씨는 마냥 기쁘지만 않다. 꽃 알레르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나오는 콧물을 닦아내면서 민수 씨는 대체 이렇게 많은 콧물이 정말로 내 몸속에서 나오는 건가 의심한다. 온몸의 수분이 죄다 콧물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여행용 티슈가 금방 동난다. 하도 코를 풀어서 코가 벌겋고 너덜너덜해졌다.


콧물이 물러나는가 싶더니 이번엔 재채기가 공격한다. 콧물 방어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속수무책 당한다. 코가 간질거리더니 기어코 재채기가 나온다. 그것도 두 번 연속. 길 가던 사람이 재채기 소리에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가 크다. 민수 씨 민망하다. 이비인후과 가도 답이 없다. 그저 코 스프레이 받아오는 정도. 의사는 수술을 권유하지만 민수 씨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오늘도 따뜻하다. 소파에 앉아 산책을 갈까 말까 고민한다.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나가보기로 한다. 역시 나오니까 좋다. 형형색색의 꽃과 초록 이파리가 마음을 둥둥 띄운다. 발걸음이 가볍다. 몸이 붕 날아갈 것만 같다. 민수 씨는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를 벗는다. 코로 깊게 따뜻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아! 너무 좋다,라고 생각한다. 그때다. 뭔가가 코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앗! 코가 간질간질, 재채기가 나오려고 한다. 급히 입을 막는다. 다행히 곧 잠잠해졌다. 재채기를 참느라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주르륵 흘러내린다.


집에 돌아온 민수 씨는 코 세정제로 코를 세척한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 사라진다. 오랜만에 산책했더니 피곤해진 민수 씨 일찍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반가워서 아버지 뒤를 쫓아간다. 아버지가 뒤돌아 본다. 그런데 아버지 코가 피노키오처럼 쭈우욱 길게 자라난다. 어! 안 돼! 아버지, 코, 코가 길어져요. 소리치다 민수 씨는 잠에서 깬다.


아버지께 안부 전화 한다고 핸드폰을 찾는다. 경대 위에 있던 핸드폰을 들다가 거울을 본다. 앗! 민수 씨는 핸드폰을 툭 떨어트린다. 다시 한번 실눈으로 쳐다본다. 이게 대체 뭐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게 설마? 툭, 건드려본다. 간지럽다. 살짝 향기가 난다. 민수 씨 콧구멍에서 노란 민들레 꽃이 삐죽 피었다. 그것도 좌우 콧구멍에 한 개씩 이쁘게. 이번엔 더 세게 건드려본다. 매우 간지럽다.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한다. 민들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다시 거울을 본다. 어느새 새로운 민들레꽃이 피어 있다. 안 돼! 소리 지르며 아내를 찾아 거실로 나간다. 부엌에 있던 아내가 돌아본다. 무슨 일에유? 묻는 아내의 코에는 빨간 장미 두 송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잘 어울리네,라고 그 와중에 민수 씨 생각한다.


※ 민수 씨는 가상 인물입니다. 따라서 글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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