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51
나이가 드니 몸이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하긴 근 60년 세월 하루도 쉬지 않았으니 그 내구성에 놀랄 따름이다. 심장은 피를 보내고, 간은 독소를 걸러내고, 위는 소화하고, 대장은 찌꺼기를 내보내고. 진짜 대단들 하다. 그런 녀석들 이제 좀 여유 있게 놀아보려니까 파업이랍시고 들고일어난다.
2년 전부터다. 내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게. 아니나 다를까 몸이 삐그덕 하나둘 아프기 시작했다. 오십견이라고 했다. 고통은 늘 깊은 밤, 손쓸 수 없을 때 더 커진다. 끙끙 밤새 앓다 달려간 정형외과에서 주사 맞고, 도수 치료받기를 10여 차례. 간신히 고친다. 이제는 끝났다,라고 생각할 즈음, 이번에는 요로결석. 오른쪽 갈비뼈 쪽에 묵직한 통증. 처음엔 체한 줄 알았다. 애먼 소화제만 거듭 먹었다. 소용없어 내과 가니, 요로결석 같다고 비뇨기과로 보낸다. 비뇨기과, 맞댄다. 결석. 사진 속 희미한, 그것 때문에 내가 그렇게 아팠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돌멩이들. 다행히 수술까지 가지 않고, 6번의 체외충격파 끝에 녀석들 오줌에 섞여 밖으로 도망쳤다.
휴! 한숨 쉰다. 역시 건강이 최고야. 내 몸 잘 돌봐야지, 다짐하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슬픈 영화를 본 것도, 잠 못 이룬 새벽 환한 달빛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도 아닌데, 그냥 주르륵 흐른다. 어디 가지 못하고 잔뜩 고인 눈물로 눈가가 촉촉하다. 관람객 천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인공 박지훈 눈이 그래 아주 매력적이라던데. 나는 왜 이리 촉촉한 걸까? 안과를 간다. 소염제와 인공눈물을 준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 많이 맞아 그렇단다. 하지만 며칠이고 낫지 않아 다시 가본다. 다른 검사를 해보더니 큰 병원 가보란다. 뜨끔. 큰 병원이라니. 잔뜩 긴장한다. 눈물길이 막힌 것 같다 한다. 아니 그런 길도 있어요, 묻는다. 많이들 그런단다. 큰 병원 빨라야 오는 5월.
장수 시대. 평균 기대 수명 80세가 넘는다는대. 벌써부터 이러면 앞으로 어찌 될지 고민이 된다. 부모님 70세까지는 동네 친목회 어른들과 해외여행 나보다 자주 다니시던대. 철마다 꽃구경, 시원한 계곡, 단풍 구경, 온천 여행 나보다 바쁘시던대. 그런데 것두 팔순 되니까 힘이 없어서 못 다니시던대. 생각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러다 아내랑 변변한 해외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인생 쫑치는 거 아냐. 불안해진다. 더 큰 거 닥치기 전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리해야겠는 걸, 내심 다짐해 본다. 게을러지려는 마음 다잡고, 한창 구성지게 꺾으며 열창하는 TV 트로트 가수 뒤로하고, 동네 산책이라도 가자며 나서는 길, 고관절이 영 이상하다는 느낌을 아서라, 툭 차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