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66
요즘 핸드폰만 보면 민수 씨는 한숨만 나온다. 빛바래서 볼품없는 노란 머리에 푸른 슈트의 한 마디에 주가가 매일매일 출렁댄다. 입을 오므리며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쓰는 얄미운 그 입술을 민수 씨는 그만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어진다. 손바닥 뒤집듯이 조변석개하는 그의 말에 주식창이 빨갛게 물들다, 그새 또 파랗게 질려버리기를 근 한 달째,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 심정이 되다가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자다가도 발딱 일어난다.
평생 주식이라고는 모르던 민수 씨가 반도체 ETF라는 상품을 가입한 것은 친구들과의 모임 이후였다. 당시 민수 씨는 아끼고 아껴 모은 돈 1,000만 원을 은행에 1년 만기 적금으로 고이 묻어두고 있던 상태였다. 연이율 2.7%. 우량 고객이라 프라임 금리를 적용해서 높게 쳐줬다는 창구 여직원의 말에 암! 그래야지, 내가 거래한 지가 몇 년인데, 하며 자기를 알아주는 은행이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었더랬다.
“지금까지 수익률이 57%야.”
친구의 핸드폰에 찍혀 있는 빨간 화살표와 수익률에 민수 씨는 자기의 적금 이율 2.7%의 보잘것없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진작부터 주식 투자했으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여, 자신의 세상 보는 눈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나는 삼전 6만 원일 때, 1천 만 원 넣었는데, 얼마 전에 팔았다. 세배 벌었다.” 한 술 더 뜬다. 민수 씨 애가 탔다.
집에 돌아온 민수 씨, 마침 방에서 게임하고 있던 둘째 녀석에게 묻는다.
“너도 주식하니?”
“네. 주로 미장해요.”
“미장? 그게 뭐니?”
“미국 주식이요.”
“요즘도 계속 하니?”
“아뇨, 요즘은 많이 올라서 지켜보고 있어요. 대신 코인 좀 해요.”
“코인, 비트코인인가 뭐신가 그거?”
“네. 데일리로 사고팔고 해요. 얼마 전에도 조금 벌었어요.”
“아부지도 주식 좀 하구 싶은디, 알려주라.”
적금 깨고 그래서 시작한 ETF. 그런데 아뿔싸 투자한 지 이틀 후 이란에서 전쟁이 터졌다. 처음 마이너스 20~30만 원 하던 게 170만 원까지 손해를 보자 입이 바짝 타들어갔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당최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170만 원 손해여.”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지금은 들고 기다려. 금방 올라. 걱정 말구.”
친구의 말에도 좀처럼 불안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시시각각 핸드폰만을 쳐다보던 민수 씨 눈이 그때 화들짝 커진다. 마이너스 17만 원. 갑자기 엄청 적게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 이 정도면 감수할 수 있겠다 싶은 금액. 한 달 가까이 속이 타들어가던 상황이 떠올랐다. 두 눈 질끈 감고 매도 버튼을 후다닥 누른다. 휴! 길게 한숨을 쉰다. 지난 한 달 동안의 마음고생이 쑥 사라진 기분이다. 이 정도 손해라도 정말 다행이라고 느끼는 민수 씨는 17만 원 주고 큰 경험 했다고, 다신 주식 투자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오랜만에 웃어본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