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장과 반장
근무하는 곳이 4조 3교대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각 조에는 3명이 있다. 반장 1명과 조원 2명이다. 그래서 4개 조에 모두 12명이 근무한다. 그리고 4개 조를 총괄 관리하는 1명이 대장이다. 공식 명칭은 경비팀이라고 해서 대장을 팀장, 반장을 부팀장이라고 하지만 예전부터 대장, 반장이라고 부른 터라 다들 입에 배서 그렇게 부른다.
대장은 대외 소통 창구다. 모든 조의 의견은 반장을 통해 대장에게 전달되고, 대장은 이를 본사나 자회사로 전달한다. 회사의 방침 역시 반대 경로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내부적으로 업무 인수인계할 때도 역시 대장과 반장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대장은 전일제 주간 근무자다. 매일 오전 6시 30분경 출근해서 오후 4시 30분경 퇴근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다. 명절이나 연휴 때도 당연히 휴무다. 우리 교대 근무자와 신분(?)이 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대장과 반장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대장이 낮의 지배자라면 반장은 밤의 지배자가 된다. 교대근무자라는 업무 동질성 때문에 조원들은 반장을 더 따를 수밖에 없다.
대장은 일반적으로 반장 중에서 뽑는다. 그리고 대장으로 뽑힌 뒤 어지간하면 정년까지 임기를 보장받는다. 1년에 한 차례 직원 내부 평가와 자회사 자체 평가를 거쳐 재임용된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 바뀐 적은 없었다.
이런 신분적 차이 말고 더 중요한 것은 급여 차이다. 근무 시간이 길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수당 등이 붙어 우리의 급여보다 1.5배 이상이라는 게 확인된 바 없지만 정설이다. 힘들다는 야간 근무 없지, 서럽다는 명절 근무 하지 않지, 눈총 받기 충분하다. 반면에 반장과 일반 조원 간의 급여 차이는 반장 수당 더 받는 거 말고는 거의 똑같다. 이점이 바로 대장과 반장 간의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점입가경이라고, 대장의 나이가 반장보다 젊어서 더 오래 근무한다면, 반장의 입장에서는 대장의 꿈을 영영 접어야 한다. 물론 대장은 책임감이 더 따르겠지만 반장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을 만큼 막중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장을 반장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말이 반장을 중심으로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말은 유야무야 없어졌다고 하는데,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관리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으리라고 추측된다. 아무튼 대장과 반장은 서로 의존적이기도 하다가 경쟁적이기도 한 복잡 미묘한 관계인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