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일기

26. 전근 신청

by EAST

연말이면 자리 이동이 많다. 정년퇴직으로 인한 공석을 채우기 위해서다. 공석을 채우는 방법으로는 전근과 신규 임용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신규 임용에 앞서 기존 직원의 편의를 위해 전근 신청을 먼저 받는다. 가급적이면 원하는 지사로의 전근 신청을 받아준다. 그래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자리 이동이 이루어진다.


전근 신청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잦아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비원 월급으로 유지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면접 때 면접관이 거리가 멀면 출·퇴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붙고 보자는 마음뿐인 피면접자는 먼 거리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충분히 다닐 수 있음을 강력하게 어필한다고 한다. 하지만 두세 달 다니다 보면 장거리 운전에 지치고, 기름값에 소스라친다.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연말에 전근 신청을 하고 집 근처 지사로 발령받아 옮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 가까운 게 뭐니 뭐니 해도 최고지, 하면서도 새로 올 직원에게 일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전근 신청하는 두 번째 이유는 사람과의 갈등 때문이다. 특히, 같은 조 직원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떠날 수밖에 없다. 다른 조로 옮길 수도 있지만 계속 얼굴 보는 게 싫어서 결국 전근 신청을 하게 된다.

자발적인 전근 신청 이외에 회사에서는 직원 평가와 여러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강제적으로 전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동료와 문제를 자주 일으키거나 업무 태만 등으로 경고가 누적되는 직원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주로 혼자 근무하는 곳으로 보낸다.


전근 신청이 마무리되고, 한바탕 자리 이동이 끝나면 경비팀은 어수선하다. 게다가 기존 직원들도 1년에 한 번 조를 이동하는데, 이때 내부 승진한 반장을 위시해서 새로 조를 옮긴 선임과 신규 임용된 후임 등 조원 3명 모두가 처음 만나서 완전히 새로운 신생팀이 탄생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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