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로또 순례Ⅳ
후배가 난데없이 충남 당진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유인즉 불규칙적인 벌이가 불안하다며 당장은 월급이 적어도 꾸준하게 오래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번 놀러 오라고 했다. 당진이면 1박 2일 코스다. 쉽지 않은 일. 마침 기회가 생겼다.
지도 검색했다. 편도 60km 남짓. 넉넉하게 2시간 거리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보니 어딘가 익숙한 지명이 보였다. 인주산업단지, 아산만방조제, 그리고 로또명당 인주점. 그랬다. 화물 납품 기사로 3개월 남짓 일했을 때 인주산업단지에 납품하러 자주 다니던 코스였다. 그 당시 인주산업단지에 납품 갈 일 생기면 꼭 들렀던 곳이 바로 로또명당 인주점이었던 것이다. 길이 멀었지만 로또 산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다녔던 기억을 간직한 곳.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았던 격이다.
후배 만나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모처럼 로또명당 인주점 간다는 두근거림도 그 속에 살짝 묻어 있었다. 그곳은 1등 당첨 횟수로 전국 TOP 10에 든다는 곳. 소위 말해 전국구 로또 성지 중 하나인 곳이다. 내비 찍고 출발. 화성과 평택 지나 아산 거쳐 당진 도착하는 루트. 평일 오후라 도로는 한적하고 11월의 가을 햇살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차는 이내 수원을 벗어났다.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화성시 봉담읍.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는데 택지지구로 지정되면서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선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좌측으로 협성대학교와 장안대학교가 보인다. 수원대학교와 수원가톨릭대학교(교명에 수원이 들어가지만 실제 주소지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이다)를 포함하면 이곳에 무려 4개의 대학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대학은 예전에 위치를 물으면 수원에 있어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화성 봉담은 낯선 동네였다. 상전벽해다.
봉담 지나 곧 향남이다. 2022년 납품 기사로 일할 때 직장이 있던 곳. 그때 회사 대표는 나에게 친절했다. 급여도 높게 책정해 주었고, 나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었다. 경기도 화성은 난개발로 악명 높다. 곳곳에 공장이다. 길이 좁은데, 차가 많다. 공장이 많으니 특히 회물차가 많다. 그래서 도로 상태도 엉망이었다. 곳곳이 파이고 흙탕길이었다. 게다가 대중교통편도 좋지 않아 자차 출근이 기본이었다. 출·퇴근길이 아수라장이었다. 집에서 오전 7시에 나와도 9시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퇴근길도 마찬가지. 어딜 가나 막혔다. 당시 기름값은 가솔린 기준 리터당 2,000원에 육박했다. 한 달 출·퇴근 기름값만 3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생각해서 많이 쳐 준다 해도 납품 기사 월급이야 뻔하다. 결국 두 손 들었다. 퇴사했다.
향남 지나자 곧 평택. 현곡과 안중 거쳐 아산만방조제가 나타난다. 길 옆으로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승용차라 바깥 풍경이 잘 보이지 않지만 곧게 뻗은 방조제 길을 시원스레 달리면 상쾌하다. 목적지인 로또명당 인주점이 코 앞이다. 아차,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후배가 있는 당진이다. 헷갈린다.
로또명당 인주점을 앞두고 편도 2차선 중 2차로로 달리는 차들의 속도는 더디다. 바로 로또명당 인주점으로 들어가려는 차가 속도를 줄인 여파로 2차로는 엉금엉금 거북이걸음이다. 평일이 이럴진대 주말이면 그 줄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일단 그 크기에 놀란다. 주차장이 엄청 넓다. 족히 수백 대는 넉넉히 주차할 크기다. 여유 있게 주차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평일 오후라 대기줄이 길지 않다. 벽에는 1등 당첨 액자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2등 당첨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1등은 언감생심, 2등조차도 돼 본 적 없는 자의 부러움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낸다. 속으로 빈다. 2등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먼 길 오랜만에 왔으니 2만 원이나 지갑에서 꺼낸다.
기분 좋게 당진으로 출발. 멀지 않다. 후배가 알려준 자취방 앞에 주차하고 퇴근을 기다린다. 당진시 신평면. 면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을 정도였다. 어라! 여느 시골과 다른 느낌. 규모는 흔히 예상했던 대로다. 중심 도로가 500m쯤.
후배를 만났다. 소주 한 잔 하면서 그간 있던 근황을 나눴다. 부근에 현대제철 등 대기업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많다고. 아닌 게 아니라 자리 잡은 횟집에도 젊은 친구들이 꽤 많았다. 지방 소멸, 젊은이들이 다들 떠난다는데, 이곳은 예외였다. 역시 일자리가 중요하구나,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로또 얘기도 나왔다. 후배도 로또 명당을 잘 안다고, 심심찮게 사러 간다고 했다. 동지의식이 생겼다. 로또를 위해 건배했다. 자취 생활이 오래인 후배의 방은 베테랑답게 방이 깔끔했고, 그 성격답게 소박했다. 밤늦게까지 기분 좋게 마셨다. 1박 2일간의 로또 순례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