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일기

5. 로또 순례Ⅴ

by EAST

여름휴가다. 아내랑 나랑 둘 다 산으로 바다로 며칠 묵으면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휴가라도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당일치기로 근교 잠깐 다녀오면 그만.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검색해 본다. 용인 고기리 막국수 어때, 하다 여름이라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에 고개 젓는다. 백암순댓국은? 이 더위에 NO. 검색하다 지쳐 그냥 근처 칼국수집에서 시원한 콩국수를 먹을까, 하던 차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용인에 최근 생겼다는 방문자 리뷰가 줄줄이 알사탕처럼 나타났다. 둘 다 커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니까 자연 커피 맛이 궁금해졌다. 게다가 빵이라면 사족 못 쓰는 나. 때깔 좋고 먹음직한 빵이 천지. 렛츠 고. 길 나섰다. 16km. 넉넉잡아 40분이면 도착.


때는 7월 말. 밖은 폭염경보 발효 중. 햇빛이 쨍쨍 날카롭다. 에어컨을 최대한 세게 켠다. 씽씽거리며 에어컨이 냉기를 뿜어댄다. 휴가철이라 도로는 차가 적다. 목적지인 베이커리카페는 용인 기흥호수 부근. 그때 불현듯 머릿속에서 불이 환히 켜졌다. 그렇다. 기흥호수 부근에는 수도권 로또 최대 당첨판매점인 로또휴게실이 있는 곳. 1등이 자그마치 28번이나 나온 곳. 소풍날 아이처럼 괜히 신난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무슨 좋은 일 있냐며, 아내가 물어본다. 침 튀겨가며 로또휴게실 얘기 해준다. 로또 관심 없는 아내 그저 웃는다.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베이커리카페는 무지 컸다. 그 크기에 입이 딱 벌어졌다. 대형마트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주차장도 컸다. 주차장은 벌써부터 가득 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갔다. 1층은 탁 트였다. 4층까지 뻥 뚫려 있어서 개방감이 아주 좋았다. 사방 창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아주 밝았다. 곳곳에 배치된 나무들 때문에 공기는 상쾌하다고 느껴졌다. 사진 찍기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진열대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다양하고 예쁜 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빵 종류가 엄청 많다는 데 깜짝 놀랐고, 비싼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빵 한 개 값이 어지간하면 7~8,000원이었다. 큰맘 먹고 3개를 담고, 아이스 카페라테 2잔을 주문했다. 음료 외에도 피자, 파스타 등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기도 했다. 3층에 자리 잡았다. 환한 실내와 뻥 뚫린 시원한 조망 덕에 실내 분위기가 밝았다. 사람들도 그런 분위기에 취해 유쾌한 표정이었다. 1시간가량 머물며 휴가의 여유로움을 즐겼다.


드디어 로또휴게실로 출발. 거리 5km, 소요 시간 10분. 지척이다. 곧 기흥호수가 좌측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유턴이다. 유턴 후 300m 전방이 목적지. 하지만 로또휴게실로 들어가려는 차들로 인해 4차선 중 마지막 4차로는 엉금엉금 거북이걸음. 평일 오후임에도 로또 사려는 차들이 가득하다. 역시 로또 성지다웠다. 주차장이 좁아서 더욱 막혔다. 많아야 10대 정도 가능할까. 차는 연신 들어가고 나가고 했다. 이곳의 교통 정체가 워낙에 악명 높아 용인시까지 나서서 1개 차로를 넓혀 주었다고 하니, 오죽했으면 그러리라 싶었다. 대형마트에나 있을법한 교통 유발 부담금을 부과하려고도 했으나 기준에 맞지 않아 못했다는 후문.


실내에 들어가면 1등 당첨 현황을 빼곡히 적은 현수막이 커다랗게 펼쳐져 있다. 그 옆으로 1등 당첨 액자가 벽면 가득히 채우고 있다. 게다가 연금복권 1등 당첨도 2차례, 즉석 복권 1등 당첨도 2차례나 배출했단다. 그 위용에 압도당한다. 벽면을 둘러보다가 또 다른 액자가 눈에 띈다. 돈다발이 가득 담겨 있는 지게가 그려진 액자. 액자 속에는 로또 100번 당첨을 기원하고,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는 글이 적혀 있다. 효험 있기를 빌고, 로또를 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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