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로또 순례Ⅵ
1996년 10월부터 2001년 4월까지 5년 남짓 참고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를 다녔다. 고3 수험생 대상 참고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였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입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잡지를 같이 발행했다. 편집부 기자로 입사, 잡지가 폐간되기까지 다녔다. 태생 자체가 부록 같은 신세라 맨날 폐간하니 마니 바람 앞 촛불이었다. 그러니 월간 발행하다가 격월간, 계간으로 점점 발행 주기가 길어지더니 결국 폐간한다고 했을 때 전혀 놀랍지도 않았다.
회사는 노량진에 있었는데, 그 무렵 노량진은 입시학원 전성시대. 소위 말하는 전국구 1타 강사들이 있었고, 그들의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진을 치고 줄 서가며 수강 신청하던 때였다. 이후 온라인 강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노량진 학원가는 옛 명성을 잃었고, 다시는 그 영화를 되찾지 못했다.
그 시절 함께 다녔던 동료들이 있다. 햇수로 치면 근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인 셈이다. 잡지사 편집장 선배와 다른 부서 사람들 3명이다. 편집장 선배야 허구한 날 야근하네, 또 같은 동네라 출·퇴근 같이 하네, 매우 가까웠지만, 비록 관련 있는 부서였다 손 치더라도 다른 부서 3명은 그리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다들 그만두고 나서는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해서 우리들은 매년 네댓 번 만난다. 출판사 OB모임이다.
5명은 각기 사는 곳이 다르다. 편집장 선배는 줄곧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살고, 3명 중 2명은 서울 독산동, 나머지 1명은 경기 군포에 산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모임 장소는 중간쯤으로 정해 대개 신도림에서 만난다. 신도림이 정확하게 중간은 아니지만, 독산동과 군포, 수원 사는 4명이 오가기 편하자면 연신내가 희생할 수밖에, 30년 우정도 어쩔 수 없다. 편집장 선배는 그래서 항상 억울한 표정이다. 조금만 더 힘 좀 써 봐, 하며 다음 모임 장소는 합정쯤이 어때,라며 동의를 구하지만 다들 강 건너 불구경. 그래도 1번 정도 합정에서 만나는 의리 정도는 있다.
신도림에서 만나는 날은 나에게 서울로 로또 사러 원정 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신도림역에도 1등 당첨이 7번 된 놀라운 곳이 있지만, 지하철로 1 정거장만 더 가면 영등포역에는 무려 20번이나 1등을 배출한 판매점인 로또의 왕, 로또킹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약속 시간보다 넉넉잡고 1시간 일찍 나온다.
영등포역 도착. 5번 출구로 나오면 횡단보도가 있고, 건너면 바로 로또킹이다. 위치가 좋다. 영등포역 바로 코 앞이다. 서울 서부권 핵심 도시인 영등포,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금요일 오후, 예상했던 대로 줄이 꽤 길다. 저마다 1등을 꿈꾸며 들떠 있다. 앞쪽에서 1등 되면 5 대 5다, 그럼 누가 5야? 유명한 영화대사가 들리고 까르르 웃는 소리도 울려 퍼진다. 사행심 조장한다고 하지만 5,000원에 행복하게 웃는다면, 1등 당첨을 상상하며 즐겁다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차례가 돌아왔다. 만 원을 건넨다. 행복 두 배인가? 신나게 오랜 지기들이 있는 신도림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