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배다

헬스 일기 2

by EAST

오전 9시. 드디어 헬스장 첫날. 오늘은 석간 근무라 오후 출근이다. 지문 찍고 들어간다. 헉!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트레드밀에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간신히 빈자리 하나 찾았다. 어떻게 하는 거지? 오른쪽을 힐끗 쳐다본다. 건장한 청년이다. 땀이 비 오듯, 말근육 같은 다리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뛰고 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속도다. 눈이 마주친다. 무안해서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왼쪽.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하지만 탄탄한 몸매를 가진 남자는 팔을 휙휙 앞뒤로 저으며 빠른 속도로 걷고 있다. 숨이 거칠다. 하필 첫날부터 고수들 틈바구니라니. 쩝. 하는 수 없지. 삑삑 버튼을 눌러본다. 파워 누르고, 가만있자, 속도 버튼 누른다. 0.1km씩 오른다. 4km로 맞춘다. 경사도는 3이다.


10분째다. 양 옆에서는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운동하고 있다. 서서히 몸이 달아오른다. 속도를 슬쩍 올려본다. 4.5km, 경사도 6. 살짝 숨이 가빠온다. 땀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아차!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다. 손으로 쓱, 땀을 닦는다. 벽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박자 빠른 최신 곡들이 쿵쾅쿵쾅 흘러나온다. 리듬에 맞춰 핫둘핫둘 걷는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팔을 휙휙 젓고 있다.


어느새 20분 경과. 땀이 줄줄 흐른다. 급한 김에 옷으로 땀을 닦는다. 슬슬 욕심이 난다. 속도를 한 번에 쑥 올린다. 5.5km. 경사도 9. 곧 숨이 가빠온다.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 악물고 걷는다. 끙! 나도 모르게 힘주는 소리가 나온다. 안 되겠다. 경사도를 6으로 낮춘다. 팽팽하게 터질듯하던 다리가 그거 좀 낮췄다고 편안해졌다. 양 옆 고수들 여전히 맹렬한 기세다. 질세라 나도 양팔을 휘휘 젓는다. 35분 경과. 어라, 목표로 했던 40분이 금방이네, 좀 더 시간을 늘려야 하나.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마무리했다. 옷은 땀으로 범벅. 그렇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이제 근력 운동 차례다. 기구들이 즐비하다. 뭐부터 하지? 둘러본다. 만만한 덤벨을 든다. 무게를 몰라 5kg을 들었다. 묵직하다. 20회씩 총 5번 반복했다. 마치고 돌아서는데 허벅지만 한 팔뚝을 가진 청년, 앉아서 20kg짜리 덤벨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음메 기죽어, 살금살금 빠져나온다.


남자는 어깨. 오죽했으면 어깨깡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겠는가. 다음은 숄더 프레스. 20kg 무게로 15회 3번 반복. 하고 나니 금방이라도 어깨가 태평양같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민소매 입은 모습을 상상하다 주책이네, 바로 털어낸다.


다음 레그 프레스. 60kg으로 추가 맞춰진 채 있다. 먼저 했던 사람이 잊은 채 간 모양이다. 무게를 짐작하지 못한 나, 어디 한 번 해볼까. 끙! 힘준다. 꿈쩍 않는다. 안 되겠다. 40kg으로 낮춘다. 30회씩 3번 반복. 휴! 긴 숨이 나온다. 15분 경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가슴 운동 기구. 이름이 힘들다. 펙 덱 플라이. 손잡이를 당겨 가슴 앞쪽으로 모으는 기구다. 20kg 무게로 20회씩 3번. 1번은 거뜬하다. 이 정도쯤이야 했는데, 점점 천근 같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가까스로 끝냈다.


야호! 첫날 운동 끝. 대견하다. 해냈다. 위풍당당하게 헬스장을 나왔다. 몸이 가벼웠다. 몸무게가 확 줄어든 느낌. 기분이 상쾌했다. 이런 기분 때문에 운동들을 하는구나 싶었다. 러너스 하이라고 했나? 마라토너들이 느낀다는 그 행복감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 고작 1시간 해놓고 으스대기는. 여하튼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다음날 삭신이 쑤셔댔다. 여기저기 알이 배겼다. 걸을 때마다 에고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어째 첫날부터 너무 나갔다 싶었다. 주제도 모르고 욕심만 앞서서 몸도 풀지 않고 딥다 들이댔으니. 파스 붙이고, 온종일 주무르고 나서야 조금씩 풀렸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를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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