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일기 3
헬스장 방문, 1주일 만이다. 의욕만 앞서서 다짜고짜 운동한 값을 톡톡히 치렀다. 이번엔 가기 전에 계획을 철저히 짰다. 트레드밀 40분 타는 동안, 속도와 경사도에 따라 시간 분배를 했다. 경사도를 올릴 때마다 속도를 낮추기로 했다. 알아보니까 최대 경사도는 16까지 가능. 속도는 당분간 4~5.5km 범위 내에서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의 경우 경사도 최저 3, 속도 최고 5.5km에서 경사도 최고 16, 속도 최저 4km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근력 운동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그대로 유지. 그래서 총 운동 시간은 1시간이다.
다음은 준비물. 거금 들여 헬스장 전용 운동복과 워킹화, 헤어밴드를 샀다. 운동은 폼이 전부라고, 하지 않던가. 폼의 완성은 패션. 거울 보니 그런대로 봐줄만했다. 물론 볼록 튀어나온 배를 뺀다면.
오전 8시. 사람이 적다. 트레드밀에도 드문드문. 내가 원하는 위치에 섰다. 새로 산 헤어밴드를 이마에 둘렀다. 수건은 목에 걸쳤다. 준비 운동을 한다. 발목 돌리고, 허리 돌리고, 다리 들었다 놨다, 핫둘 핫둘.
자! 이제 시작. 스타트 버튼 누르고, 경사도 3, 속도 3km로 맞췄다. 윙, 트레드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기에 맞춰 손을 앞뒤로 휘두르며 걷는다. 새로 산 워킹화는 탄력이 좋다. 구름 위를 걷는 듯 사뿐사뿐 부드럽다. 어느새 20분이 후딱 지나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렇지만 헤어밴드가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잘 막아 주고 있어서 수건 쓸 일이 없다.
현재는 경사도 6, 속도는 5km를 유지한 지 5분째. 적당히 숨이 가쁘다. 맥박수는 135. 경사도를 9로 올리고, 속도를 4.5km로 낮췄다. 윙, 바닥이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차츰차츰 경사도를 올리기로 한다. 경사도 12, 속도는 4.5km 유지. 맥박수가 조금씩 올라간다. 다시 경사도 16, 속도는 4km로 줄인다. 꽤 가파르다고 느낀다. 몸 앞에 있는 봉을 잡고 균형 잡으며 걷는다. 맥박수 145까지 올라갔다. 이제는 숨이 꽤 가쁘다. 헉헉댄다. 그렇게 2분 걷고, 경사도를 12로 내린다. 곧 호흡이 안정된다. 경사도를 9에서 6, 3으로 차츰 내리고는 마무리한다. 성공이다. 계획대로 아주 잘했다. 앞쪽 계기판을 보니 소요 시간 40분, 260칼로리 소모, 이동 거리 3.3km로 나온다.
운동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헬스장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세히 보니까 30~40대 여성이 많아졌다. 아하! 애들 학교 보내고 온 엄마들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기구인 트레드밀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한다. 바로 근력 운동에 돌입. 덤벨을 시작으로 숄더 프레스, 레그 프레스, 펙 덱 플라이로 마무리한다.
시간은 9시. 땀을 쑥 빼니까 개운했다. 게다가 계획대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휘파람 불며 샤워를 마쳤다. 그런데 배가 무척 고파지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어라! 마땅한 반찬이 없었다. 보이는 거라곤 달랑 김치뿐. 찬장을 열었다. 라면뿐. 꼬르륵 배가 요동친다. 별 수 없다. 하나 끓일까, 두 개 끓일까, 머릿속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졌다. 두 개다.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먹었다. 금세 바닥이다. 입맛을 다신다. 즉석밥이 떠오른다. 밥 말아먹는다. 무지 배가 부르다. 남산만 하다. 어! 이게 아닌데,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운동, 하나마나. 도로아미타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