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일기 9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한 번 배워 볼까, 마음먹으면 바로 수강 신청한다. 속전속결이다. 엄청난 실행력이다. 문제는 얼마나 꾸준히 배우냐이다. 나 같은 경우 고비가 6개월이다. 6개월을 넘기면 계속 배우는데, 그렇지 못하면 포기한다. 포기도 빠른 편. 운동으로는 탁구, 테니스, 인라인 스케이트, 골프가 있고, 악기로는 기타, 하모니카, 외국어로는 영어, 스페인어가 그랬다. 심지어 글쓰기인 캘리그래피도 있다. 모두가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처음 두세 달은 실력이 쑥쑥 느는 게 보인다. 기타나 하모니카를 처음 배울 때, 정말로 이게 된다고 하다가 조금 지나면 간단한 연주까지 하게 된다. 오! 놀란다. 신기하다.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한다. 나에게도 이런 훌륭한 재능이 있었다니, 홀로 감탄한다.
그러다 6개월이 되면 실력이 정체된다. 급격히 흥미를 잃는다. 차츰 수업을 빠진다. 이 핑계 저 핑계 댄다. 그러다 다음 학기 등록하지 않는다. 악기는 거실에서 베란다로, 점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지고, 마음에서도 사라진다. 먼지만 켜켜이 쌓인 채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이사할 때 한번 햇빛을 보지만 그게 그들과의 마지막이다. 버리거나 혹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헬스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6개월째. 내 몸무게는 정체 중.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도무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잘 지켜진다. 헬스장 가는 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곧 황금연휴. 연차 한두 개 붙이면 장장 10일 연휴라지. 마침 헬스장도 쉰다고 하던데. 적당한 핑계도 생겼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연휴 내내 쉬었다. 당연히 배가 볼록, 몸이 찌뿌둥했다. 위기감을 느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 올라섰다. 실눈 뜨고 쳐다봤다. 으앗! 3kg나 불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히 재난 수준이다. 후다닥 헬스장 달려간다. 긴급하게 동기부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