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헬스장 풍경

헬스 일기 10

by EAST

어느덧 헬스장 경력 6개월. 이제는 신입티를 벗었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 골라서 운동하는 여유를 부릴 줄 알았다. 성별로 헬스장을 이용하는 목적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자들은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위주, 그러니까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에 주력하고, 남자들은 근력 운동 위주로 헬스장을 찾는다. 그래서 헬스장에 들어서면 남녀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다.


여자는 트레드밀, 스텝밀, 사이클 쪽에 주로 포진해 있고, 남자는 벤치프레스, 숄더프레스, 스미스머신 등 근력 운동 기구 쪽에 몰려 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여자들 중에 근력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도 서너 명 본 적 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녀들은 몸이 좋았다. 허리에 벨트를 차고 역기를 들어 올리는 팔뚝이 곧 터질 듯이 팽팽하고 단단해 보인다. 여느 남자보다도 근육이 더 발달해 있다.


헬스장은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6~70대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면서 운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20~30분간 이어지는 얘기들을 옆에서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이쿠, 이를 어째, 하고 속으로 안타까워할 때도 있고, 좋은 일을 듣고 같이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때도 있다. 반면에 남자들이 그렇게 모여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간이 그런 경우가 있지만 대개 운동하는 방법을 서로 전수하는 정도에서 쉬 끝난다.


이리하여 헬스장의 전체적인 풍경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전 9시경, 햇살이 창을 통해 환하게 비친다. 트레드밀에는 3명의 젊은 여자들이 남편의 직장 얘기며, 애들 운동회 얘기를 하고 있다. 아마 남편이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그 옆 사이클에서는 좀 더 나이 많은 여자 2명이서 손주 얘기며 행정복지센터에 새로 개설된 프로그램 얘기들을 하고 있다.


사이클 뒤편 근력 운동 기구들 있는 곳에서는 각종 소리들이 난무한다. 끙! 끙!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는 젊은 남자의 탄성 소리가 먼저 들린다. 이따금 누군가 기구를 바닥에 떨어트렸는지 쿵! 하는 소리가 묵직하게 뒤이어 울린다. 기구에 끼워놓은 추끼리 부딪혀 깡깡거리는 날카로운 쇳소리며, 가뿐 숨소리가 마구 섞인다. 벽에 붙어있는 스피커의 경쾌한 노래 사이사이 옆 방에서 헤이, 헤이, 큰 소리로 장단을 맞추는 GX 강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것이 평일 오전에 벌어지는 평화로운 헬스장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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