혤스 일기 12
꾸준히 운동하려면 목표가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쉽게 저지르고,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운동도 6개월 하다 그만둘까 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악기나 어학 등은 그러려니 했지만 이건 건강이 달린 문제가 아닌가, 어떻게 해야지? 며칠 고민을 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산책을 나섰다. 걷다가 나도 모르게 시립도서관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3년 전이던가? 3개월가량 임시직으로 일했던 곳이다. 도서 상호대차. 여러 이유로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책을 도서관이 구비할 수 없는 노릇. 그래서 도서관끼리 서로 책을 빌려주는 게 상호대차다. 서로 품앗이하는 거다. 승합차에 책을 가득 싣고 시내 곳곳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오갔다. 몇몇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무인 도서 대출기에도 책을 배달했다.
그랬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열람실로 올라갔다. 서가에 잔뜩 꽂힌 책을 보니 괜히 배가 불렀다. 이곳저곳 둘러봤다. 책 한 권 골라 의자에 앉았다. 평일 오후, 햇빛이 잘 비추는 도서관은 평화로웠다. 책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마음이 평온해지려는 찰나, 번쩍 머리를 스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야간 근무하는 날, 우선 헬스장 가서 운동한다. 이후 좋아하는 산책하고, 맛있게 점심 먹고, 시립도서관 가서 책 읽자. 그리고 저녁에 출근하자. 이렇게 고정적으로 일정을 정해 놓으면 빼먹지 않고 운동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 출근할 때까지 집에서 OTT나 보고 있는 것보다야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역시 도서관 오길 잘했어,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가만있자, 정기적으로 오게 될 텐데 어떤 이름을 붙여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헬스장을 가고, 시립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는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거지. 오호! 그렇다면 헬스장의 첫 글자 [헬]과 시립도서관의 첫 글자 [시]를 따서 헬시라고 하면 좋겠다. 마침 영어 HEALTHY는 [건강한]이라는 뜻이 있으니 딱 좋네, 옳다구나, 싶었다. 무릎을 탁 쳤다. 그리하여 MY HEALTHY DAY가 탄생하게 되었다.
MY HEALTHY DAY는 일곱 번까지 잘 지켜졌다. 약 두 달간이다. 그러던 것이 한여름 되고부터 너무 더워 산책을 포기했다. 자연스럽게 시립도서관 가는 것까지 덩달아 포기하게 되었다. 다행히 헬스장은 위기가 몇 차례 있긴 했지만 잘 다니고 있던 터. 이제 날이 좋아졌으니 내 기억의 서랍 속 깊숙이 넣어 둔 MY HEALTHY DAY를 꺼내야 할 차례다. 지금 도서관은 햇빛이 무척 신비롭게 눈부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