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깨트리다

헬스 일기 13

by EAST

루틴.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정해진 절차나 틀에 박힌 일. 스포츠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하는 특정 동작. 걸출한 축구 선수 손흥민은 항상 오른발을 먼저 내딛고 콩콩 점프하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걸 우리는 루틴이라고 부른다.


헬스장에서 내가 그랬다. 먼저 트레드밀 타고, 사이클 탄 이후 근력 운동을 했다. 6개월 동안 계속 그런 패턴이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먼저 트레드밀을 하는 걸까? 이유가 불분명했다. 굳이 따지자면 근력 운동을 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손쉽고 익숙한 걷기부터 시작했던 게 습관처럼 굳어진 것일 테다. 또 하나 헬스장 도착하자마자 바로 힘쓰는 근력 운동이 부담스러웠으리라, 정도.


루틴은 옳고 그른 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틴에서 벗어나면 왠지 불안하다. 평소 걷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만 걸어도 마음속에 경고등이 울린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심지어 잘못된 것이라고 느낀다.


오늘 나는 루틴을 깨트렸다. 근력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트레드밀과 사이클을 50분 타고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린다. 이미 상의는 땀으로 도배된 상태. 축축하다. 그런 몸으로 운동 기구에 앉아서 끙, 끙 힘주며 운동하는 게 무척 불편하다. 나 자신이 불편한 것뿐만 아니다. 기구에 땀이 다 묻는다.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가져온 수건으로 닦는다지만 기구 옮길 때마다 쉽지 않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다. 땀이 뚝뚝 떨어져 있는 기구를 보면 사용하려다 멈칫한다. 내 수건으로 쓱싹 닦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 입구 쪽에 있는 화장지를 둘둘 말아 닦는다.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뒤처리(?)가 아름답지 못하다. 왜 있잖은가? 공중화장실 가면, 유명한 문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는.


근력 운동부터 하니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트레드밀에서 힘 빠져 힘들게 약간 억지스럽게 했던 근력 운동. 그런데 처음부터 하니 제대로 한다는 느낌. 역시 루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번쯤 바꿔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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