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에 대해서

헬스 일기 21

by EAST

아령 좀 갖다 주라. 둘째 아들 녀석 대답이 없다. 그러더니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아령이요? 그게 뭐예요. 눈으로 묻는다. 그거 있잖아. 거실 책장 옆 빈 틈에 세워진 거. 잠시만요. 그러더니 아령을 가지고 온다. 이거요? 한다. 그래 그거. 아버지, 이건 덤벨이잖아요. 그래 아령. 덤벨이기도 하지. 둘째는 아령이 무슨 유령쯤 된다는 표정.


우리 때는 아령이었다. 그랬던 게 언제부턴가 덤벨로 불렸다. 얼마 전이다.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홈쇼핑에서 혈당 조절에 탁월하다는 제품을 팔고 있었다. 애사비란다. 대체 뭐지? 신비한 전통 한약재쯤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다 니거의 줄임말. 결국 사과식초란다. 영어도 생소한 마당에 그마저도 이리 줄여서야 원. 덤벨이 아령으로 탈바꿈할 때 둘째도 아마 이런 비슷한 입장 아니었을까?


덤벨(Dumbbell). 벙어리 벨이다. 그럼 대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무거운 것 들면서 운동하는 것은 동이든 서든 만고불변의 진리. 소리 나지 않는 종을 들었다 놨다, 운동 기구로 썼다나.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썰이다. 종을 둘고 핫둘! 핫둘! 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자니 좀 어처구니없긴 하다.


그럼 이게 왜 아령과 이퀄인 거임? 일본으로 건너가야 한다. 아령(啞鈴)은 벙어리 아(啞) 자와 방울 령(鈴) 자다. 벙어리 방울. 즉 덤벨을 한자어로 직역해 나온 것이다. 1882년 일본의 체육학이란 책에 실리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결국 일본어인 셈이다. 아하! 소데스네(그렇군요).


오늘도 아령, 아니 덤벨을 들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나. 양손에 5kg짜리 하나씩 들고 으쌰! 으쌰! 구슬땀 흘리고 있다. 거울 속에는 벤치에서 20kg짜리 덤벨을 들고 팔을 천천히 굽혔다 폈다, 힘겹게 끙끙거리는 젊은 청년이 보인다. 순간, 청년이 팔을 올릴 때마다 보신각 타종 소리처럼 덩! 덩! 덩!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덩! 벨. 덩!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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