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3
산책을 즐긴다. 집 뒤에는 낮은 산이 있다. 길이 쉬워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 그 덕에 길이 여러 갈래 나있다. 날마다 새로운 길 따라 걸으면 어디가 나올까, 호기심이 생긴다. 요즘은 햇살 좋고, 하늘 좋고, 날씨 좋고 다 좋다. 걷기 아주 좋다.
산 중턱에 아담한 카페가 하나 생겼다. 몇 달 가림막으로 가리고 공사하더니 드디어 오픈. 주인 내외가 반긴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속삭이듯 어서 오세요 한다. 낯을 가린다는 느낌.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둘러본다.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내부는 산뜻하고 환하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벽 위에 살랑거린다. 내려다보이는 동네는 장난감 마을 같았다. 멀리 차들 역시 작다.
맛있게 드세요, 카페라테가 나왔다. 맛있다. 게다가 의자도 편하다. 요즘 카페 가면 화려하고 예쁜 곳이 많다. 그러나 딱딱한 나무의자에다 그마저 작아서 많이 불편하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그런데 이곳은 푹신허니 몸을 넉넉하게 받아준다. 아늑하다. 단골이 될 것 같다.
산책을 가러 나선 건지, 카페를 가려는 건지, 항상 카페부터 들른다. 개업 두어 달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인 내외 부끄럼 많다. 창가 같은 자리. 맛있게 드세요. 미묘하게 달라진 톤. 처음보다는 붙임성 있는 목소리다. 따로 내놓은 접시에 고맙게도 과자까지 올려져 있는 걸 보면.
2주 정도 가지 않았다. 그 사이 카페가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이지? 설마. 현수막이 걸려 있다. 멀리 해외 나갔다 온다는. 휴! 폐업한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장장 한 달 반이다. 아쉽다. 주인 성격 닮아선지 창 곳곳에 출타를 알리는 종이가 정갈하게 붙어 있고, 연락처까지 남겼다. 주변 화단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 시간이 왜 이리 길던지, 오래 기다렸다. 카페로 간다. 주인 내외 근황이 궁금했다. 마음이 바빠서인지 발걸음이 자꾸 꼬였다. 어서 오세요. 약간 들뜬 톤이다. 나도 그랬다. 안녕하세요. 멀리 다녀오셨네요? 주인 내외 얼굴이 무척 밝다.
편안히 계시다 가세요. 커피를 내주는 여주인이다. 덕분에 더 편안하다. 여전히 커피는 맛있고, 내부는 온기로 따뜻했다.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주인 내외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너무 과하지 않게 편안하게 맞이해준다는 것을. 따뜻한 마음이라는 게 꼭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카페에서 느낀다. 다음에는 한 번 말을 좀 더 건네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