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향, 글 맛

내맘대로 일기 4

by EAST

띠링. 오전 7시다. 오늘도 새 글이 발행되었다는 브런치 알람 소리가 어김없이 울린다. 시, 소설, 에세이, 요리, 매거진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정치, 경제, 역사, 인문, 예술, 교양. 카테고리도 천차만별. 일간, 주간, 월간, 계간. 혹은 비정기 간행물. 1년 내내 받아 본다. 도시, 산골, 바다, 산. 곳곳에서 전해준다. 심지어 저 멀리 외국에서도.


나는 그들의 열혈 구독자다. 누굴까? 어떤 글일까? 오늘은 어떤 향이 브런치를 통해 퍼질까?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가만 앉아서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분에 겹다.


글은 제 주인 닮아 향이 제각각이다. 숭늉처럼 구수하거나, 진한 커피 향이 나기도 한다. 오월 장미향처럼 산뜻하거나 가을 국화처럼 은은하기도 하다. 생기발랄한 향수같이 톡톡 튀는 글을 보면 예쁘다. 작가도 궁금해진다. 내 맘대로 상상해 본다. 강렬한 향을 남기는 글도 있다. 그런 글들은 잊히지가 않는다.


맛도 다르다. 달콤한 맛이 있고, 육즙이 팡팡 터지는 감동적인 맛도 있고, 오마카세처럼 정성 들인 고급스러운 맛도 있다. 개중 매운맛도 더러 있다. 그럴 때는 머리를 쿵 치는 듯한 느낌이다. 혀가 얼얼한 게 아니라 머리가 얼얼하다.


나 역시 궁금하다. 내 글은 어떤 향으로 기억될까? 또 어떤 맛일까? 무미건조한 향이면 어쩌지? 설익은 맛이면 또 어쩌지? 발행 버튼 누를 때 망설인다. 질끈 두 눈을 감는다. 향이 별로면 어때, 맛없으면 어때. 그래도 누군가는 혹시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게 설령 단 한 명이라도 나의 글 향과 글 맛이 그이에게 눈곱만큼의 감동이라도 줄 수만 있다면야 밤도 새우리,라고 불끈 주먹을 쥐어본다.


밤새워 끙끙대고,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 겨우 건져낸 글 한 줄, 새끼 같은 소중한 글, 얼른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내 잘난 자식 자랑하고 싶다. 브런치. 우리말로 치면 아점. 카페에서 여유 있게 아침 겸 점심 먹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조바심 난다. 그러니 얼른 이름 고쳐라, 브런치 운영자여. 24시 포차 어떠냐. 싫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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