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9
출근 시간만 되면 회사 정문은 정신없다. 덩달아 정문 지키는 나도 마찬가지다. 9시 가까이 되면 호떡집 불난 것 마냥 혼돈의 끝판왕. 지각하지 않으려는 직원들 필사적이다. 차량 예닐곱 대가 꼬리를 물고 정문을 향해 돌진한다. 바짝 긴장한다. 설마 부수기야 하겠어, 싶지만.
직원 차량이면 차단기는 자동으로 열린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있는 직원들, 여닫히는 그 찰나가 여삼추다. 못 참는다. 그냥 들이민다. 앞선 차를 통과시킨 차단기는 다시 내려가는 중. 그러다 들이미는 다음 차를 감지, 급하게 다시 올라간다고 부르르 몸을 떤다. 여기서 내가 개입한다. 손에 쥐고 있는 차단기 올림 버튼 눌러 힘을 보태 잽싸게 열어준다. 이때 필요한 건 그 짧은 순간에 저 차가 직원 차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한다는 거. 뭘 믿고,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직원 차는 300대가 넘는다. 고위급 인사들의 차량 번호 암기는 필수. 매일 드나드는 업무용 차량도 마찬가지. 이 둘만 합쳐도 약 50대. 4자리 번호판 암기는 당최 헷갈려 죽을 맛이다. 외웠다 싶은데, 뒤돌아서면 바로 까먹기 일쑤. 간신히 50대를 다 통달하면 다음 관문, 나머지 250대. 하이 레벨이다. 250대를 무슨 수로. 족보 없냐, 묻자 애들 시험도 아니구, 뭔 족보 타령, 걍 눈에 익히는 거지, 타박만 돌아온다.
차가 한 대 들어온다. 번호가 낯익다. 그런데 방문 차량이라고 차단기 위에 붙어 있는 화면에 뜬다. 고개를 갸우뚱. 다가간다. 척, 사원증을 보여준다. 아하! 주차 등록 기간 만료된 거다. 직원 차인데, 주차 등록 기간이 지나서 차단기가 직원 차량이 아니라 방문 차량으로 인식한 것이다. 총무부 가서 연장하세요, 알려준다. 우린 이렇게 친절하다. 간혹 직원이 남편이나 아내 차량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5부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직원인데, 차는 미등록. 차단기가 거절한다. 똑똑하다. 다 가려낸다. 가서 차단기 열어준다.
하루에 출입하는 차량은 횟수로 약 1,000회. 그중 60~70%는 오전이다. 특히 출근 시간대 집중된다. 그 시간만큼은 경비원 전체가 긴장한다. 서로 눈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만반의 준비. 끝. 스탠바이,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