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헷갈린다

내맘대로 일기 11

by EAST

새벽 4시 50분.

으악! 늦었다. 지각이다. 후다닥 씻는다. 대충 머리 말린다. 옷 입고 뛰쳐나간다. 지하 주차장. 시동 걸고 빠져나간다. 아차! 점심 도시락을 못 챙겼다. 이미 늦었다.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차가 별로 없다. 서두르면 간신히 도착할 듯. 마음 급한데 오늘따라 신호등이 자꾸 걸린다. 핸들을 초조하게 두드린다. 신호가 바뀐다. 가속 페달을 푹 밟는다. 붕! 엔진이 울부짖는다.


띠리링. 전화가 온다. 아내다. 무슨 일이지?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어디 가요? 어디 가긴, 회사 가지. 자기, 오늘 오후 근무잖아? 띵!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는 느낌. 오 마이 갓김치!


교대 근무를 하면 크게 두 가지가 헷갈린다.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거랑 똑같다. 이방인이 되는 느낌이다.

첫째, 근무 시간이다. 이틀씩 출근 시간이 바뀐다. 새벽 출근 이틀, 오후 출근 이틀, 저녁 출근 이틀이다. 내일 무슨 근무지? 알쏭달쏭, 반신반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수준이다. 반면 일반 근무자는 항상 9 to 6다. 똑같아서 좋다. 한결같다.

둘째, 요일이다. 우린 8일 근무 패턴이다. 6일 일하고 2일 쉰다. 그런데 대개 5일 일하고 2일 쉰다. 이게 뭐가 문제냐면 토·일요일은 주 7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니 요일이 너무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쉬는 날이 토·일요일인 셈이니, 평일도 토·일요일이 된다. 무척 한가한. 반대로 토·일요일이 근무하는 평일이 되기도 한다. 아! 망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새벽 출근이다.


이러니 약속 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대개 약속이라면 금요일 저녁이 가장 무난하다고 9 to 6(더러 10 to 7)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 날을 모른다.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봐야 한다. 불금 때 우린 높은 확률로 열금(심히 일하는 금요일)일 수 있으니까.



가뜩이나 열불 나는데, 총무를 이런 이유로 슬그머니 나한테 떠민다. 일일이 매번 그날 괜찮아,라고 물어보느니 나보고 알아서 일정 통보하란 말과 함께. 아! 분하다. 그러나 할 말 없다. 그래서 덤터기 쓴 총무 자리가 벌써 2개째다. 곧 연말이다. 큰 게 온다.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동문 모임이 하나 기다린다. 5년 동안 총무일 맡아본 선배 요즘 나 때문에 아주 신났다. 트리플 크라운 따 놓은 당상이다. 아! 이럴 바엔 아예 회장 자리를 넘봐야 하나.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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