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12
김밥은 우리 경비원의 도시락 메뉴 중 하나다. 달랑 들고 다니기 간편하고, 따로 반찬 필요 없고, 가격도 뭐 그런대로 아직까지 견딜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이젠 김밥 1줄도 4~5천 원 하는 시대라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먹을 날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얼마 전 김밥집이 폐업을 많이 한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 있다. 이유인즉, 주재료인 쌀과 김, 야채 값이 크게 올랐는데, 그걸 반영해 김밥 값을 덩달아 올릴 수 없어서 결국 업종을 바꾼다는 것이다. 김밥집 사장님은 손 많이 가고, 재료값 올라 이문 적다고 하는데, 사 먹는 우리 입장에서는 라면에 김밥 하나 먹을라치면 이젠 돈 만 원, 장난 아니네, 하고 있다.
영화 케데헌 아니더라도 김밥은 K푸드의 상징 같은 존재다. 외국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김밥이 인기라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김밥집, 3곳 중 1곳은 창업 후 5년 이내에 폐업하고, 10년 내 폐업률은 무려 68.2%*에 달한다고 한다. 어딜 가든 곳곳에 있었던 김밥헤븐, 이젠 보기 힘든 이유다.
영양학적으로 김밥은 훌륭하다. 속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김밥 한 줄(약 200g 기준)의 칼로리는 350~450㎉ 정도다*. 밥, 햄, 어묵, 시금치 등의 재료를 통해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경비실 맞은편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경비실과 구내식당은 공생 관계다. 우리가 순찰 돌 때, 식당 주방까지 다닌다. 혹시 모를 가스 누출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고마움에 구내식당은 간간이 먹거리를 챙겨준다. 그중 하나가 김밥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김밥을 준비하는데 그날 물량이 남으면 경비실에 갖다 준다. 대개 오전 9시경 구내식당으로 통하는 쪽문을 통해 주방 보조 여사님이 건네준다. 쪽문은 아귀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여닫을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이 되면 미어캣처럼 고개를 쑥 빼고 쪽문을 쳐다본다.
오늘은 김밥 나올 확률이 높다며 경비원들 기대가 크다. 출근하는 직원이 적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들 쪽문을 쳐다본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린다. 그때다. 삐걱. 쪽문이 열린다. 천천히 등장하는 실루엣. 이런, 꽝이다. 조리실장이다. 담배 피우러 나온 모양이다. 에이, 뭐야! 그 소리가 들렸나 보다. 조리실장 경비실 쪽을 한 번 보더니 자라목 되어 흡연 장소로 총총히 사라진다.
*이로운넷, 그 많던 김밥집은 어디에 기사 중, 2025년 7월 31일
*세계일보, 김밥 한 줄로 끼니 때워도 괜찮을까 기사 중, 202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