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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잇선 Aug 10. 2024

3장. 자존감 말고 자존심만 가득

내 모습이 싫을 때면 이상한 자존심만 가득해진다.

상담소를 찾을 무렵에는 내 모습이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나를 관리하는 것조차 귀찮아져 버렸던 시기였기에

이상하게 자라버린 머리카락도 맘에 들지 않았고,

학창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피부는 트러블이 더욱 눈에 띄어보기만 했다.


그나마 날씬함이 자랑이었던 내 몸도 살이 쪄서 보기 싫기만 했다.


정말.. 거울을 보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세가 망가져있는 내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못난이 인형같이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모습이 보기 싫다는 것조차 나중에야 문득 깨달았고, 그 무렵에야 나를 챙기기 위해 부랴부랴 상담소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단점은

무미건조한 표정과 힘없는 자세가 아니라 그 모든 모습을 가져온 뾰족뾰족해진 마음이었다.

싸움이라는 것은 곧 타인과의 관계를 영영 망쳐버리는 지름길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늘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했었다.

그렇다고 그게 내 마음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당장의 피곤한 싸움을 피했을 뿐, 내 속이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 마음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다 들으며 나의 자존감은 깎아내는 행동이었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작은 싫은 소리만 해도 '나한테 하는 말인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너무 무례해'라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챙기는 결과를 낳았다.

나중에서야 깨달은 것은 어렸을 적의 나의 말과 행동을 용기 내어서 말했을 때, 그 반응들이 차가웠거나 긍정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내가 본능적으로 더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두려움으로 피해왔던 것이었다.


나는 타인에게 정말 피해를 주고 살고 싶지 않다. 사회적 동물로써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나 없이 타인만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임상심리를 전공한 분과 가벼운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현재도 나는 나보다는 타인만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 자체는 그러려니 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이전보다 조금 괜찮아졌을 뿐 아직도 나는 자존감을 올리기에 많은 여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이 나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을 때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나중에 자녀도 이렇게 키우실 순 없잖아요. 생각보다 세상은 험난하고, 나쁜 경험들도 해야 하며,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과도 싸울 줄도 알아야 해요. 강해져야 해요. 그렇지 못해서 힘드셨잖아요."

정말 맞는 말이었다. 사람과 어울려 지내야 하는 만큼 나와 다른 사람에게는 내 의견도 말할 줄 알아야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조금은 더 원만해질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나는 아직은 자존감보다 쓸모없는 자존심이 너무 커져버린 상황이다. 그래도 이런 나의 모습을 바꿔야겠다고 지금이라도 깨닫고 실천 중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믿고 단단해져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부당함과는 맞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나도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키는 길이다.'

앞으로 계속 내가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이야기이다.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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