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마음 산책

모래사장에서 나를 만나다

by captain가얏고


산행에서 앞선 사람이 낸 길을 좇아 올라가면 틀리는 법이 거의 없다. 초보 등산객에게 산이 허락한 속 깊은 배려다. 같은 풍경을 보고 길 잃을 리 없는 최적의 루트임에 틀림이 없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의 산책은 앞선 이의 발자취를 지우고 언제나 새롭게 새사람을 받아주는 매력이 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파도는 변함없이 이방인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새벽부터 외곽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공항 터미널에서 여행객을 토해내고도 한참을 더 들어간다. 뒤를 돌아보니 손님들은 거의 내리고 버스가 종점을 향해 내달린다.


평일 이른 아침, 한적한 해수욕장이다. 마침 썰물 때라 바닷물이 저만치 물러났다. 한쪽에 신발을 벗어두고 모래 위로 맨발을 딛는 순간, 따뜻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무 말 없이 뒷짐을 지고 홀로 걷는다. 아침 햇살은 부드럽게 나를 감싸고 바람이 조용히 등을 떠민다.


걷다가 멈춘 자리에 작은 조개 하나가 있다.


“오늘도 나왔네?”


날름 혀를 내민 조개가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무작정 걷다가 모래톱에 앉았다. 언제나처럼 수고한 발을 위로하며 모래찜질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틈에 마음이 가볍다.


다시 일어서 파도 소리를 따라 걸었다.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발자국이 고요하게 찍힌다. 발바닥을 감싸며 파고드는 모래에 기분이 좋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더니 소라게가 집을 이고 저만치 줄행랑이다. 복잡한 머릿속 생각이 모래알처럼 하나둘 흩어지며 비워졌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한가로이 떠 있는 낚싯배와 그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가 평화롭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댔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바람은 입술을 간질이고 귓가에 속삭인다.


고개를 들고 파란 하늘을 눈에 한가득 담아본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 그 중심에 서 있음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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