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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tain가얏고 Mar 07. 2024

그는 신사라고!

“걷다가 삐끗해서 허리가 아파요.”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의 뜬금없는 하소연에 살짝 당황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친절하다. 하지만 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거대한 벽이 느껴졌음일까? 평소 오다가다 건네는 인사말 외에는 무심코 지나치기가 일쑤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꿈을 좇아 파일럿의 길을 가기로 했다는 이력부터가 독특하다. 원하던 비행 자격을 취득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인연이 된 직장의 동료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큰 키는 위화감을 넘어 위압감마저 든다.     

 

여느 때 없이 깍듯한 인사를 하는 예의 바른 그다. 가끔은 너무도 정중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 점잖은 기품에는 상대방도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돌아서야 할 것만 같다.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타인에게서 보았을 때 후한 점수를 준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끔은 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녀를 떠나서 특별히 언행을 삼가야 할 대상인 것 같은 느낌이 부럽다. 이는 상대에게 요구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체화되는 것이기에 더욱 어렵다.     

 

직장에서의 처세는 어렵다. 특히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함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러한 적절함이 때론 버겁다.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상대의 마음이 두려워서 포기할 때도 있다. 용기 있게 다가와 주는 사람이 있으면 반갑다. 서로가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면 금상첨화다.      

 

인간에 대한 배신과 실망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겨난 것이 인공지능으로 보인다. 외로운 자신을 상대해 주고 물음에 답을 한다. 가끔은 엉뚱함으로 인해 답답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건 감내해야만 하는 과학기술 발전 과정상의 애교다. 앞으로는 인간을 뛰어넘는 완벽한 AI가 구현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삭막한 현실이 서글프다.      

 

어디가 불편한지 묻지 않았음에도 먼저 말을 꺼낸 그다. 처음엔 잘못 들은 것인가 하고 귀를 의심했다. 언제나 변함없는 자세 반듯한 남자다. 구부정한 본인의 걸음걸이가 무척 신경이 쓰인 탓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상대의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배려인가?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했다.


‘길어서 지탱하기 힘든가요?’

‘저는 짧아서 여태 끄떡없는데요.’


냉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경박스러운! 그는 신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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