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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제주로

by 나무를만지는


아내는 병원 퇴사를 결심했고, 나는 그동안 쉬는 날마다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제주로 왔다. 함께 집을 보며, 회사의 양해를 얻어 3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제주에서의 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때, 아이는 온통 행복한 얼굴이었다. 바다를 보고는 “아빠, 여기 너무 좋아!”라고 외쳤고, 나는 그 모습이 그리도 고마웠다겨울 바다를 향해 달려가며 맨발로 백사장을 뛰어노는 아이의 작은 발끝을 보며, 내 마음은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내도 그곳에서 마음이 놓였던 듯 보였다. "여기좋다" 아내의 목소리 속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2 년 전, 아이가 태어난 후 우리의 첫 여행지가 바로 함덕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곳에 살고 싶다.” 그때는 꿈만 같았지만, 지금은 그 꿈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그만큼 소중한 순간이었다.

아내와 아이가 돌아가고 나는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해가 잘 드는 따뜻한 집. 아내도 마음에 들어했다. 우리는 그 집을 전세로 계약하며, 제주에서의 삶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2020년 2월, 아내는 병원을 퇴사하고, 아이와 함께 제주로 왔다. 그때는 여전히 겨울의 냉기가 제주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행과 일상 사이, 우리는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그 사건이 터졌다. COVID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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