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MEMORIES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직전, 아내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때까지 제주도는 청정 지역이라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제주로 이주한 지 한 달 만에, 우리가 살던 대구에서 신천지 사건이 터졌다. 그날 이후 코로나는 폭풍처럼 번져 나갔고, 우리는 대구에 갈 수도, 가족이 제주로 올 수도 없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롯이 제주에서 우리 가족끼리 머물러야 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수술실에서 일했던 아내는 만약 병원을 계속 다녔다면, 아마도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는 집에만 갇혀 있어야 했을 테고. 우리는 적어도 이곳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이동이 제한되면서 프랜차이즈 대형 식당들은 직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두 배로 늘어났다. 회사는 일을 하지 않는 부장과 매니저급 직원들은 그대로 두면서도, 실제로 일하는 직원들을 줄였다. 내 옆자리의 부장은 유독 인성이 좋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났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나는 그와 계속 일해야 했다. 나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점점 지쳐갔다. 해야 할 일은 끝없이 쌓였고, 회사는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예전 함께 제주로 같이 왔던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낯선 친구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그때 처음 만났다. 그저 스쳐 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훗날 돌아보면, 그 만남은 제주에서의 내 첫 번째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