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행운 그리고 행운의 연속
친구를 만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오랜만이라 하루가 무척 행복했다. 그런데 함께 온 낯선 친구가 있었다.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다.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아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다시 만나니 반가움이 밀려왔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듯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들뜬 마음에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제주에 친구가 있었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인데, 여기서 다시 만났어."
그 친구는 몇 년 전 먼저 제주로 내려와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옆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나는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몇 주가 지났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둘째가 생긴 것이다. 둘째를 갖고 싶었지만 쉽게 되지 않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삶이 안정되면서 아내의 마음도 편안해졌고, 그렇게 좋은 소식이 찾아온 것 같았다. 제주에서의 첫 번째 행운인 우리 둘째 태명은 ‘또봄’이었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봄에 온 아이라 우리 부부는 ‘또봄’이라 부르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아내는 한편으로 불안해했다.
"우리, 여기서 괜찮을까? 아무도 없는 제주에서, 나 혼자 아이 둘을 키울 수 있을까?"
아내의 걱정을 들으며, 나는 그녀에게 육지로 가서 처가에서 쉬다 오라고 권했다.
그날, 아내가 떠나자마자 일이 터졌다.
평소에도 문제가 많던 부장과 또 한 번 부딪혔고, 이번에는 사소한 갈등이 아니라 큰 싸움이 되었다. 결국 대표가 직접 매장으로 찾아왔다. 나는 대표에게 그동안의 문제를 이야기했고, 만약 이 일이 계속될 거라면 차라리 내가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대표는 "그냥 참고 넘길 수 없겠냐"며 나를 달랬지만, 나는 더 이상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대표는 부장을 선택했고, 나는 그날로 짐을 싸서 나왔다.
막막했다. 둘째가 생겼고, 아내는 육지에 있었다. 아내는 임신 중이라 일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고민 끝에 친구를 찾아갔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넌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둘째도 생겼는데 제정신이냐?"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을 내색하지 않았다.
"괜찮아. 잘 해결할 수 있어."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넌 왜 이렇게 담담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나 뭐든 잘할 수 있어."
친구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뭘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나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제주에 보면 좋은 나무들이 그냥 버려지고 태워지더라. 그 나무를 활용해서 목공을 해보고 싶어. 장비 몇 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료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이건,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야. 잘할 수 있어."
우리는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대구 가자. 지금."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왜?"
친구는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공방, 내가 해줄게."
나는 첫 번째 행운을 받자마자 두 번째 행운도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였다.
나의 행운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