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행운의 시작!
친구는 원래 추진력이 좋았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구 한 번 가자”는 말도 하기 전에, 이미 비행기표를 예매해 놨다.
나는 세수만 한 상태로 친구 차에 실려 있었고, 운전하는 친구는 묘하게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고개만 까딱이며 말했다.
“그냥.”
그 한마디에, 둘 다 웃음이 터졌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모든 게 좀 괜찮아질 것 같았다.
비행기 타기 직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안한 목소리로 “지금 오는 거 맞지?” 하는 아내에게 나는 말했다.
“가서 설명해 줄게.”
아내는 아직 친구 얼굴도 못 본 상태였다.
“그 친구… 사기꾼 아니야?”
사람 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내가 갑자기 데려온 친구라 더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때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재수 씨, 오늘 저녁 같이 드실래요? 돼지갈비 잘하는 집 있는데.”
불안과 궁금증이 엉킨 얼굴로 아내는 말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려고 하는지, 밥 먹으면서 좀 들어볼게요.”
친구는 본가에 들러 잠깐 쉰다고 했고,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 사이, 아내는 걱정을 쏟아냈다.
“둘째도 있고, 병원도 못 다니는 상황인데, 당신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
“차려준다고 해도, 그 큰돈을 갚을 수나 있겠냐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이게 내 길 같아. 마지막 기회 같기도 하고.”
지금 돌아보면, 내 삶에서 그때만큼 간절하고 애절했던 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저녁, 약속한 식당으로 갔다.
친구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고기 굽는 데 시간 걸릴까 봐, 미리 굽고 있었어요.”
여전히 아내는 경계심을 거두지 못한 채 앉았다.
자리 잡자마자 물었다.
“이 사람 뭐 보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예요?”
친구는 고기를 뒤집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얘는 잘할 거고… 그래서 믿어요.”
그러곤 고기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
“다 익었어요. 이제 먹죠.”
그 순간, 아내의 얼굴엔 어이없음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스쳤다.
우리 셋은 그렇게, 기묘하게 따뜻한 저녁을 함께 했다.
그날 밤, 처갓집에서 자고 있던 새벽 5시.
전화가 울렸다. 친구였다.
“주소 보낼 테니까, 빨리 와.”
“뭐야?”
“급해. 빨리 와.”
뚝.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오래된 창고 앞.
해가 막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우리 형 창고야. 예전에 인테리어 하던 사람이었는데, 쓸만한 공구들 좀 있어.”
문을 열자, 진짜였다.
어두운 공간 안에, 반짝이는 공구들이 질서 없이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거 있으면 좋은데… 근데 이걸 어떻게 제주까지 가져가?”
내 말에 친구는 말했다.
“필요한 것만 한쪽에 모아. 나중에 트럭 사러 갈 거니까.”
트럭?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 친구는, 말이 적은 대신 행동이 빠른 사람이라는 걸.
입 밖으로 “하자”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미 절반은 시작된 셈이었다.
“너… 원래 이렇게 사는 거야?”
“응. 난 하기로 하면, 바로 해야 돼.”
웃으며 말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또 웃음이 났다.
그렇게 공구 정리를 마친 후, 근처 중고차 단지에 가서 20분 만에 트럭을 샀다.
다시 창고로 돌아와 공구를 싣고, 우리는 제주로 향했다.
목포에서 제주행 배에 트럭을 실은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아내는 말이 없었다.
마지막에 겨우 한 마디.
“그 사람… 도대체 뭐야?”
다음날 새벽, 우리는 제주에 도착했다.
둘 다 녹초가 되었지만, 단 3일 만에 공방 준비가 끝났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이게 되냐? 싶은 일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런데 그 친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냥’이라는 말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마지막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삶을, 드디어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