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가 글을 배우고......

by 운촌

내가 글을 배우고...


오늘 수업시간에는 교장 선생님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문해교육 시화전 글쓰기~


학교 오는 길에 채운 시인(내 동생이다. 시인이고.)에게 전화하여 글쓰기 지도 팁도 짧게 전수받았다.

1. 진솔하게 쓸 것,

2. 구체적으로 쓸 것!

3. 문장으로 만든 뒤에 다듬기!!


그분들의 인생 속에서 좋은 글을 건져 올려야 한다.


그래도

3시간 동안 글쓰기만 하기엔 아깝다. 과학을 조금만 가르쳐야지!


“왜 밤이 지나면 아침이 될까요?”

“왜 봄이 지나면 여름이 될까요?”


“해가 떴다가 지니까 그렇지유~”

“세월이 흐르니께 계절이 변하지유~”


나의 학습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던 사실이다.


지구의 어디쯤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부터 배웠다. 지구가 생겨날 때 엄청나게 큰 돌덩어리가 지구를 툭! 쳐서 지구가 기우뚱해진 사실도 알려드렸다.(학습자들은 진짜 농담인 줄 아신다.) 교실 앞에 있는 지구본을 들고 보여드렸더니


“진짜네 그동안 교실 앞에 있었어도 한 번도 자세히 못 봤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배웠다.

지구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하신다. 분명히 해와 달이 떴다가 지는데 그게 지구의 자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신기해하신다.


어린 시절 처음 버스라는 것을 탔을 때 버스가 출발하자 길가의 나무들이 마구마구 뒤로 달음질쳐서 놀랐었던 기억들을 공유하며 호호호 웃기도 했다. 나도 어린 시절(하루에 두 번씩 다녔을까?) 흙먼지 날리던 학교 앞 신작로의 파란색 버스가 생각났다.


받아쓰기도 어려운데 글을 쓰라고 하면 일단 힘들어하신다.

한분 한분 다니며 이야기를 하고 그 속에서 글감들을 추려서 메모를 해 드렸다.


손자를 기다렸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집안의 세 며느리가 내리 여섯의 손녀만 낳아 낙담하시던 차에 아래로 남동생이 태어나 씨잘데기 없는 계집아이어도 이쁨을 받았다는 후남 어머니의 할머니 이야기~


약혼한 남편이 보낸 멋진 새 세 마리가 그려진 편지를 받고 더듬더듬 읽기는 했으나 글을 못써 답장을 할 수 없어서 막막했다던 숙이 어머니 이야기~


멋진 여군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집이 너무 가난해서 학교를 못 가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70이 넘어 청춘 학교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가진 정수 어머니~


강원도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막내딸이지만 학교도 못 가고 어릴 때부터 강냉이밭에서 풀 뽑으며 일했다던 영미 어머니~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모두 주옥같았지만 이순 어머니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우리 교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순 어머니 예닐곱 살 무렵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재가하는 어머니 손을 잡고 들어간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이순 어머니가 8살이 되었을 때 학교에 가는 대신 그 동네 부잣집으로 애기보라고 보내졌다.

글을 배우기는커녕 그 집에서 온갖 허드레 일을 하며 자라다가 20살에 시집을 갔다. 시집은 더 가난하여 먹을 것이 제대로 없었다. 시어머니는 정월에 결혼한 새댁을 데리고 3월에 동네 보리밭 매는 집에 데리고 가서 일을 하였다. 집에 먹을 것이 없으니 일하는 집에서 끼니라도 때우려고 그러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배움을 놓친 어르신들이

70이 넘어 글을 배워 간판 글씨를 읽고,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고,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글을 쓰게 된 자신을 감사하고 기쁘게 받아들인다.


각자 쓴 글을 들고 앞에 나와 발표를 시켰다.

그런 자리도 부담스러워서 긴장하신다.

오늘의 1등은 당근!! 이순 어머니,

그리고 2등은 숙이 어머니,

나머지는 모두 3등이다.

상품으로 맛있는 과자를 사드리기로 했다.


다음 시간에는 과자 파티를 하겠다~~

그림 by 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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