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도하는 우리 지혜반은 초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교에 가지 못해 글을 쓸 줄 모르는 것도 칠십 평생 한이 맺혔지만 국민학교 졸업을 못한 것 또한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엄청 중요한 일이다. 시험을 보려면 일단 읽고 쓰기가 중요하니 읽고 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초졸 검정고시를 오래전에 합격한 분들도 중학교 반으로 올라가지 않고 계속 우리 반에 남아 있는 학생이 몇 분 있다. 교장 선생님이 아무리 반을 옮기라 해도 꿈쩍하지 않으신다.
“어쩌다 셤에 합격한 거지 난 하나도 몰러유~”
“받아쓰기도 제대로 안 되는데 중학교 반에 가면 하나도 못 따라가유~”
“중학교 졸업장은 필요 없어요. 수학도 어렵고 영어는 하나도 모르고 여기서 받아쓰기도 더 해야 해요”
이구동성 지혜반 학생들의 의견이다. 갈 길이 멀다.
8살에 출발했어야 했는데, 70이 넘어서, 80이 넘어서 시작한 거다.
그래도 함께 가는 동무들이 있다.
나보다 늦은 언니도 있고, 아직 시작도 못한 다른 이들도 있다.
동그란 얼굴의 동수 아버님
지난주부터 우리 반에서 수업하는 새로운 학생이다. 맨 앞자리에 앉아 엄청 열심이다. 수업을 하며 관찰해 보니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읽고 쓰기가 비교적 능숙하고 교사의 말에 잘 집중하신다.
퇴직 전 학교에 근무할 때도 반마다 교사를 신나게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내 과목에서 1등급을 받지 못해도 매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에 집중하고 리액션이 좋은 친구들~ 그런 학생은 교사를 춤추게 한다. 하지만 공부는 잘하는데 반응이 없는 학생과 학급이 있다. 해마다 만나는 일명 시체반! 그런 학급의 수업은 두 배 세 배로 힘들었다.
역시 가르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다.
동수님이 그런 학생이다. 교사를 신나게 하는 학생. 그런데 이번 초등 검정고시를 안 보신단다.
“동수 아버님 이렇게 잘하시는데 왜 시험 안 보세요?”
“선생님 사실은 저 국민학교 졸업했어요.”
“그런데 왜 중학교 반에 안 가시고 지혜반에 계세요?”
“국민학교 졸업장은 있지만 학교를 절반도 안 다녔어요.
그래서 읽고 쓰기도 자신 없고 더 배워야 해요.
학교 대신 절반은 자연학교를 갔지요.”
“자연학교~요 오?”
“책 보따리 둘러메고 학교 가려면 가는 길에 꼭 동네 형들이 잡아요. 그래서 학교는 안 가고 형들이랑 들로 산으로 다니며 하루 종일 놀다가 해질녘에나 집에 가는 거지요. 그때는 결석이 많아도 그냥 졸업장을 줬으니까......”
아하! 그래서 자연학교구나!!
들로 산으로 다니며 여름에는 시냇물에서 물고기 잡아 구워 먹다가 멱감고 놀고, 가을에는 온산을 쏘다니며 맛있는 열매도 따먹고.....
동그란 얼굴의 국민학생 동수님이 까무잡잡 해맑은 동네 형아들과 신나게 들과 산으로 쏘다니는 모습이 떠올라 나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이름도 참 이쁘다. 자연학교!!
네!! 그럼 동수 아버님! 오늘은 받아쓰기 백점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