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늘은 시래기 된장이다~

by 운촌

오늘은 시래기 된장이다~


우리 지혜반은 다른 점이 있다. 다른 반 학생들과 교사들은 11시 40분 오전 수업이 끝나면 5층에 있는 식당에 모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여기도 학교처럼 급식이 있다.


5층 식당에는 매일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예쁘고 선량하게 생긴 선생님이 있다. 학교 운영 예산이 넉넉지 않으니 간소한 식재료와 교장 선생님의 본가인 영동에서 교장 선생님이 주말에 직접 공수해 오는 농작물로 학생들의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든 나이 많은 학생들이든 오전 수업을 마치고 먹는 점심 식사는 기다려지고 신나는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 반 어머니들은 5층 식당으로 가지 않고 점심을 따로 해서 드신다. 교실 옆엔 커다란 식당이 붙어있다.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그 주방에서 직접 점심을 해서 먹는다.


처음엔 정말 어수선하고 이상했다.

수업 들으랴 당신들 점심 준비하랴

안 그래도 집중력 떨어지는 3교시는 늘 산만하다.


식사 반장은 강제연 어머니이다. 제연 어머니는 학교에 다니신 지 아주 오래되었다고 한다. 초졸 검정고시를 오래전에 합격하시고도 계속 이 반에 남아있는 학생 중 한 명이다. 집에서 드시는 여러 식재료를 준비해 와서 수업하며 왔다 갔다 점심을 준비하신다.


어떤 날은 김치 고등어조림, 어떤 날은 감자 수제비......


한참 수업을 하다 보면 칙칙 칙칙!!!! 압력 밥솥이 밥 짓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있으면 자연스레 제연 어머님이 밥을 뒤적뒤적 섞으러 일어나신다. 그러고는 수업하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빈도가 높아진다. 준비해 오신 반찬 양념하러, 찌개 간 보러, 타지 않게 불 줄이러......


11시 반이 넘으면 우리 교실은 이제 교실이 아니라 식당이다. 솔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오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래기 된장국 냄새다.


오늘은 시래기 된장이요. 선생님 점심 잡숫고 가셔요~~”


오늘은 어머니들이 붙잡지 않아도 점심 먹고 가야지. 압력솥으로 갓 지은 따뜻한 밥과 멸치, 된장, 열무 시래기를 넣어 베테랑 요리사의 손으로 완성한 자박자박 맛있는 시래깃국으로 점심까지 해결하고 간다.


건강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은 나의 뱃속도 든든하고 오늘도 뭔가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마음도 흐뭇하다.

그림 by 운촌


이전 03화3. 식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