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의 고교동기 최원장은 강 부장을 통하여 주식 매매를 한지 오래였다. 최원장은 강 부장에최근 자신의 큰 고민거리를 하나 털어놓았다.
최원장은 최근 2년여 전부터 향후 전망이 좋다는바이오 섹터 비상장 주식 3천 주를 장외시장에서 매수하였다. 3회에 걸쳐서 각각 1 천주씩 모두 3천 주를 분할 매수했다. 매수단가는 각각 10,000원, 20,000 윈, 30,000원이었다. 이 주식을 신줏단지처럼 잘 모시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심각하고 굳은 표정으로 자문을 구했다. 최근 잘 아는 후배가 A주식을 1,000주를 넘겨달라고 졸라댔다.
이에 자신이 보유 중인 3,000주 중 단가 30,000원짜리가 아닌 10,000짜리를 넘겨주는 것이 본인의 손익 계산상 가장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보다 많은 돈을 주고 산 주식을 넘기는 것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를 물었다.
금융기관 근무경력이 자그마치 30년을 넘어서는 베테랑 금융인인 강 부장은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가치와 가격’이란 너무 어려운 담론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자칭 코미디언으로 이미 갓 데뷔를 한 최 윈장에 대적할 만큼 강 부장이 코미디언 기질과 기량을 미처 갖추지 못한 탓일 수도 있었다. 이에 영원한 미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평소 까칠하기로 이름난 최원장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강 부장은 위와 같이 엉거주춤하게 응대했다. 하지만 최원장의 자문에 대한 강 부장의 응대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최원장이 사모은 비상장주식 A는 다른 단가로 3번에 나누어서 매수거래가 일어났다. 모두 같은 종목이기 때문에 A의 평균단가는 20,000원이고 시가총액은 6천만 원이다. 같은 종목이기 때문에 매수시점과 매수단가가 다르더라도 추가로 매수하는순간 기존 매수분과 추가 매수분은 각자의 개성이 없어진 무차별한 자산되었다. 평균단가에만 영향을 미쳤다. 최원장이 보유 중인 A주식 3,000주 중 10,000원 ~ 30,000원짜리 주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야, 최원장! 너 바보 아니야? 어떤 주식을 후배에게 넘겨주더라도 마찬가지인 것이여. 그것도 몰라?”
이렇게 시원스러운 답을 주고 마무리하고자 했으나 최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보아 자제를 했다.
최원장이 강 부장에게 자문을 구한 지 약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다시 이 문제를 소환해 냈다.아직 현직에 있는 회사 후배와 공인회계사인 사촌 동생에게 문의를 했다.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아주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상장주식의 경우엔 강 부장의 주장과 논리가 백번 맞다. 단 비상장 주식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상장주식은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것이 맞고 비상장주식은 꼬리표가 달린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원장의 무지를 탓하며 조롱했던 강 부장은 정수리를 나무망치로 힘껏 한번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상장 주식 거래는 원칙적으로 시스템 경쟁매매방식에 따른다. 그래서 시장에서 매수 매도 호가가 있는 한 시장가로 매수나 매도가 비교적 자유롭다. 동일 종목을 아무리 여러 번 나누어 매수하더라도 매수 건마다 사들인 주식은 모두 무차별이다. 구분이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 보유 중인 주식을 되팔 경우 평균단가로 매수한 것으로 계산하면 문제가 전혀 없다.
이에 반해 비상장 주식 거래는 장외시장에서 상대매매 방식으로 이루어져 계약조건이 거래계약서에 명시된다. 그래서 비상장 주식은 같은 종목이라도 이른바 각각의 매매 건마다 해당 주식에 꼬리표가 붙는 효과가 있다. 언제 매수한 주식을 되판다는 조건이 표시된다는 것이다.
같은 비상장 주식이라도 주권이 발행된 경우 해당 주권번호를 특정하여 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최원장의 주장대로 각각 10,000원, 20,000원, 30,000원에 매수한 주식 중 특정을 하여 매매가 가능하다. 본인의 후배에게 꼬리표를 확인하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단 양도소득세 납부를 위해 세무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어느 것을 넘기느냐에 따라 세금이 아예 없거나 일정한 세금을 납부해야 되는 것이다.
주권 발행이 없는 경우는 매매 당사자 사이에 최원장이 얼마에 매수한 주식을 거래한다는 당사자의 특약에 따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먼저 매수한 주식을 먼저 매도하는것으로 간주한다. 상장주식의 소액주주는 양도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거래주식의 특정이 아예 필요 없다.
결국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무려 30년 이상 금융기관 경력과 영업 경력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강 부장은 최원장의 자문에 어정쩡한대답을 했다. 충돌을 피하고 뒤에선 키득거렸던 강 부장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원장은 회계학을 전공하다 의대로 진로를 틀었다. 강 부장에게 이런 자문을 구했지만 이에 대한 이런 결론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 부장은 이것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정도 해박한 지식이 있었으면 아예 애초 자문을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최원장의 까칠한 캐릭터에 비출 때 강력한 어필이나 ‘그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놈이 왜 거기 앉아 있어?너 도대체 무어 하는 놈이야’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내뱉었을 것이라는 것이 강 부장의 정확한 진단이었다.
강 부장은 최원장 덕분에 아주 좋은 지식을 하나 늘렸다. 그러나 2년 전 최원장이 자신에게 던진 자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기는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