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밭 비닐하우스 꾸미기 프로젝트(1편

by 그루터기


“ 21, 22 일 이틀간 작업한다고?”

“그럼, 나는 22일 하루는 거들 수 있겠네.”

“기준아 전번 그 일정 바꾸었어. 앞당겨서 15,

16일에 하기로 했거든.”

“아이 참 꼼짝없이 잘 못 걸려들었네.”


인호와 나는 병주네 수박밭 비닐하우스 꾸미는

일을 돕기로 했다. ‘놉’(일꾼)을 얻기도 애매했

다. 그저 빈둥거리는 나와 인호가 타깃이 되었

다. 나는 2월 19일로 잡힌 친구 자녀 결혼식 참

석겸 서울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서 이런 저

계로 이번 수박밭 프로젝트에서 빠져 보

려 잔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내

가 일정을 먼저 입밖에 낸 것이 잘못이었다.

갑자기 프로젝트의 일정을 바꾸어버렸다.

그러니 다시 번복할 수 없었다.


본디 나는 농사일 경험이 많지 않았다. 내가 고

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 집은 한 뙈기의

농토도 없었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소유 농토

에서 농사일을 작업시간에 체험하는 정도였다.

중학교 시절엔 농번기에 농사일 돕기 봉사

활동에서 조금씩 익힌 초보 수준이었다. 아버

지가 친지의 배려로 무상으로 빌은 농토에서

마늘농사 경험도 있었다. 모심기, 보리와 벼베

기, 감자, 고구마 캐기도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그 이후 줄곧 농사일은 내 생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삼밭 일은 달랐다. 아버지가 내가 초

등학교 6학년 시절 인삼 관련 사업에 발을 들

여놓았기때문이었다. 인삼밭 공정은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인삼 농사일은 다른 친구들

대비 경험이 풍부했다.


이러다 보니 고향 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은

대체로 일치했다. 고된 농사일 경험은 전무하

고 고생을 눈꼽 만큼도 하지 않아 편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유복한 친구로 각인되어 있었다.


병주 부부가 이번에 인호와 나를 임시 일꾼

으로 지목한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인호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귀촌했다. 우리 둘

은 남이 보기에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생업을 떠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인호는 그

래도 나보다는 훨씬 나았다. 객지로 나서기 전

엔 농사일에 훨씬 경험이 많았다.


1년 365일 내내 며칠을 빼곤 잠시 쉴 틈도 없

이 힘들게 농사일을 이어가는 병주 부부였다.

이친구네 눈에도 우리 둘이는 허구한 날 할 일

없이 빈둥대는 백수건달 놈팡이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했다. 한마디로 눈꼴이 사나웠을 것

이다.


“기준아, 내가 저기 다녀올 동안 이것 좀 해

라. 2개씩 묶은 부직포 뭉치를 비닐하우스 입

구 안쪽마다 2개씩 옮겨주면 되거든.”


무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양곡상을 꾸

려가던 시절이었다. 투박한 볏짚으로 엮어낸 지

푸라기 소재 벼 쌀 보리쌀 가마니를 나른 경험

이 이미 있었다. 40 킬로그램 시멘트나 악수표

밀가루 포대를 화물차에 오르내리는 작업도 거

뜬히 해냈다.소금 가마니도 두 명이 한 조가 되

어 창고 집 한편에 차곡차곡 쌓기도 했다. 그런

데 이 부직포 뭉치는 중량 대비 부피가 월등히

컸다. 혼자 감당하기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문제의 이 물건을 어깨에 올리기가 마땅치 않

았다.그래서 뭉텅이 위 양쪽에 묶인 끈 부분을

잡고 들어 올려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숨을 몰

아 쉬며 간신히 움직였다. ‘내가 도대체 어디부

터 잘 못되어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나, 아니면

전생에 어떤 큰죄를 지어 이런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갑자기 밀려왔다.


인호와 병주 부인은 다른 파트 공정에 매진

하고 있었다. 이 부직포 뭉치를 2인 1조로 같

이 운반하자고 말을 건네기도 여의치 않았다.

‘그까짓 것도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한심한

친구’라 놀림을 받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자존

심에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다.


“저는 점심식사를 준비하러 다녀올게요. 두

분은 이 비닐을 두렁마다 끌어다 놓고 간격

을 제대로 맞추어서 군데군데 흙으로 덮는

일을 하세요. 우리는 일꾼이 잠시라도 노는

꼴을 볼 수 없어요.”


부직포 운반 직업이 마무리되자 병주 부인은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작업지시를 이어갔다.

“이런 A급 일꾼을 지금 어디서 구할 수 있겠어

요?"인호와 내가 이 일에 관해 별 경험이 없어

일이 서툴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

럼에도 갑자기‘소쿠리 비행기’까지 태웠다. 힘

겨운 추가 공정을 지시한 후 진정성이 부족

칭찬을 늘어놓았다. 내 눈에 쉽게 읽혔다.

이는 병 주고 약을 주는 격이 아니면 일꾼을

부리는 재주가 뛰어난 것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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