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총각과 대구 처녀가 맞선을 본 후 나눈 대화였다. 총각은 처녀에게 이른바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각각 입 밖에 낸 표준말과 사투리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추가 데이트 신청을 승낙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남자는 여자가 사투리로 응대한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상대 여자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오판했다.
남자는 자신이 여자에게 건넨 데이트 신청을 청약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가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 승낙을 한 것으로 오신한 것이었다. 청약은 아니라도 최소한 청약의 유인 조건은 충족했을 것이고 그러면 여자의 승낙은 청약이 되고 다시 자신이 승낙을 하면 만남은 성사될 것이라 생각했다.
청약의 유인이란 자기에게 청약하게 하려는 행
위를 말한다. 이는 청약과 달리 유인을 받은
자가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유인을 한 자가 다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해야만 계약이 최종 성립한다.
아파트의 분양 광고 중 아파트의 외형, 마감재의 재질, 부대시설 등 이행이 가능한 부분은 청약으
로 본다. 이에 반해 구인광고, 주택분양 임대 광고, 상품 목록의 배부, 열차의 시간표 게시 등은 청약
의 유인에 해당한다.
양자를 이론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에 있어서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
을 성립시키겠다는 확정적 구속 의사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서울 총각과 대구 처녀 사이에 추가 데이트를 성사시키려는 확정적 의사가 전자에겐 있었지만 후자는 이와 달랐다. 그래서 의사가 불일치했기 때문에 만남에 관한 확정적 의사는 없었고 만남
은 최종 성사에 실패한 것이었다.
서울 총각이 대구 처녀의 거절의 의사표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추가만
남을 다시 제안하여 이를 받아들이면 청약과 승낙으로 의사가 합치되고 만남이란 계약은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다.
최근 이슈가 된 “미투”라는 것이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남녀 사이에 제대로 의사표시를 해석하지 못하는 곳에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본다.
여성 측에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는 표시행위를 하였는데 남성은 이를 청약으로 오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언행으로 진도를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를 여자는 “미투”로 문제 삼아 법정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결코 남성에게 우호
적이지 않다. 성적 정체성 내지 성적 자기결정
권의 침해를 이유로 여성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대세다. 아들만 둘 가진 부모 특히 아빠의 입장에
선 마음이 편치 않다.
오늘날은 계약자유와 신뢰를 중시하는 계약사
회다. 계약자유는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약의 중요성은 아주 절대
적이다. 계약을 하지 말고 지내라는 것은 바로 사회생활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혼인도 신분 계약의 일종이다. 그래서 결혼은 계약이고 남녀 사이에 끊임없는 청약과 청약
의 유인을 주고받는 것이 일련의 데이트나 교제 관계 유지로 보아도 큰 무리가 아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던지는 의례적인 언행, 립서비
스 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청약이나 승낙으로 오인한다. 누구나 “제 논에 물 대기”란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에 데이트나 교제를 심화시키기 위해 응한 남성의 행동이 본인에게 뜻하지 않은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세상 남성들
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여성의 행동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늘 경계해야 할 운명에 처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