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혼밥 vs 집 밖 혼밥(3편)
귀촌생활 적응 일기
그다음은 부식이라 불리는 반찬이 문제였다. 김장 김치나 중간 겉절이 등은 누나와 여동생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데 문제가 없었다. 가끔 기본 밑반찬도 누나들이 택배로 보내왔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고마웠다. 간장, 된장, 고추장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 식생활에서 모든 반찬의 저수지라 할 수 있는 김치와 장류가 준비되면 부수적인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큰 애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기본 밑반찬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하루 세끼 모두를 식당밥 신세를 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용이나 시간적 제약 등 여러 가지로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김치찌개 이외엔 이렇다고 할 음식을 조리한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귀촌한 이후 내 요리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메뉴는 직접 내손으로 조리가 가능해졌다. 김치 콩나물국, 시래기 된장국, 얼갈이 배춧국, 삼치 조림, 어묵 볶음, 오징어 볶음, 무채 나물, 콩나물국, 북어해장국 정도는 이제 거뜬히 조리해 낼 수 있다.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었다. 문제는 원가 계산상 유 불리를 따져 볼일이다. 맛이나 조리 시간, 식재료의 조달에 드는 비용 등 어러 가지를 감안하면 식당 음식에 신세를 지는 것이 원가 계산상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최애 메뉴를 한꺼번에 10회분 정도 조리해서 그 음식만으로 연속해서 10회 모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머릿속의 구상이나 계획 또는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같은 메뉴를 두세 번 이어가다 보면 금세 싫증이 났다. 이런 것을 뼈저리게 체험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완성품 반찬을 가게에서 조달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것도 원가계산 관점에서 보면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더욱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이래서 나는 집 안의 혼밥과 집 밖의 혼합을 랜덤으로 섞어 이어가고 있다. 같은 메뉴를 연속해서 식탁에 올리는 데서 오는 싫증 내지 지겨움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식재료, 반찬이 없어서 부족해서... 몇 분이세요? 반찬이 부족해서 1인분은 어렵겠는데요.”
분명히 앞 뒤가 맞지 않은 변명이었다. 며칠 전이었다. 내 보금자리 맞은편 대로변의 가정식 백반 정육식당을 점심시간에 들렀다. 그전 날 나는 이미 유선으로 1인분 가정식 백반도 먹을 수 있느냐고 미리 확인을 한 이후의 일이라서 나는 더욱 황당했다. 아마 2명이 식당을 찾았으면 이 식당 종업원의 태도는 달라졌을 것이었다. 1인분 반찬이 부족하다면 2인분은 당연히 더욱 부족한 것이 이치에 맞았다. 두세 명의 종업원이 야채에다 삼겹살을 올려 볼이 터지도록 입으로 밀어 넣던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이 종업원은 이런 상황에서 가정식 백반 1인분을 준비하기가 내키지 않았을 것이었다.
집 밖에서 혼밥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서는 식당마다 나는 이미 문전박대를 여러 번 경험했다. 이제 이런 일에 비분 강계 하거나 몹시 선운해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그래서 2인분 이상만 주문받는 메뉴는 아예 포기한 지 오래였다. 1인분이 가능한 메뉴도 주방장의 심기에 따라 손님으로 대접하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에 더하여 요즘 대부분의 식당은 이른바 ‘브레이크 타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쉬어가는 공백을 두는 것이다. 식재료 준비나 종업원 중간 휴식 시간 확보 등을 그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브레이크 타임의 길이는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이 룰을 너무나 융통성이 없이 타이트하게 지킨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 브레이크 타임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것은 일응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식당 운영 시스템 부문에도 선전화되었다는 반증에 다름이 아니라고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