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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01. 2022

공격형 미들필더 점포장(1편)


                           

“야! 대투에서 돈 다 빼! 몽땅 빼 버린 란 말이야! 거래 끊어버려, 끊어버리면 될 것 아니야?”     

오늘은 관내 새마을금고 신협 실무책임자를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우리 점포 점장을 비롯하여 주요 책임자가 총출동했다. 이들에게 저녁식사 접대를 하기로 했다. 제법 그레이드가 되는 생선회에다 반주로 저녁 만찬을 즐겁게 마쳤다.

     

차수를 변경하였다. 장소를 옮겼다. 소맥 폭탄주를 주고받았다. 1년 중 두 번 정도 치르던 정기 행사였다. 노래방 기기의 반주에 맞추어 실무책임자들은 자신의 18번을 각자 흥겹게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 지점 신 부장도 자신의 만년 애창곡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실력 이상으로 열창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한쪽 귀퉁이의 테이블이 소란스러워졌다. 난리가 났다. 무슨 큰 문제가 터진 듯했다.   

   

“여보셔, 무어 점장이라고? 그래도 금융기관 점포장인데 기본 예우는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야?”

이 친구들이 지금 무슨 말을 것이야? 내가 무어 그리 큰 잘못이라도 했나?”     

이윽고 믿음 금고 박 상무는 2홉들이 플라스틱 생수병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주점의 벽과 천장에 부딪쳤다. 생수의 파편이 질서 없이 튀어 올랐다. 주점의 바닥은 생수병이 순식간에 널브러졌다.     

그렇다면 내가 미안 허유!”  

   

잘 나가던 식사 후 여흥 분위기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돌변했다. 이를 넘어 험악한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이래서 자정을 넘겨까지 몇 번 차수를 변경하기 일쑤였던 종래의 접대 행사와 달리 오늘은 보다 이른 시각에 술자리를 파했다. 

    

성과장, 오늘 신 부장과 믿음 금고와 안전 신협을 찾아 실무책임자에게 무조건 잘 못했노라고 사과하고 오지. 오전 중으로 되도록 일찍 다녀왔으면 좋겠어.”     

오늘 아침 이른 시각에 열린 책임자 미팅에서 문 점장의 첫 번째 오더였다. 우리 책임자 둘은 오전 일찍 두 곳의 거래처를 모두 다녀왔다. 점장의 주문대로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용서해달라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이렇게 아침 이른 시각부터 사과를 하러 자신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실무책임자들은 미처 짐작을 하지 못한 눈치였다.

     

무어, 저희들도 별로 잘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취기도 있고 해서 잠시 흥분했고...”

두 곳 실무책임자들 모두는 전날 화가 좀 누그러지는 듯했다.  

    

금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우리들 직원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절대 이 될 수 없었다. ‘내지 에 머물렀다. 이 것은 어쩌면 금융기관에 근무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숙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반 여타 법인과 달리 금고, 신협의 자금은 개인 고객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자산이었다. 거래 법인 수는 30여 개를 훌쩍 넘었고 전체 수탁고는 1,200억에 달했다. 만기가 고루 분산되어 있었고 그 규모는 꾸준한 우상향 차트를 보여주었다. 어느 점포장이 새로이 부임하더라도 절대 무시해서는 아니 되고 꾸준한 관리와 외연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부문이었다. 한마디로 지점의 수탁고나 수익을 감안할 때 결코 포기할 수 없고 꾸준하게 공을 들여야 했다. 

    

문 점장은 어떤 이슈가 터지면 즉각 대응했다. 주저하거나 다음으로 미루는 일은 절대 없었다. 평소 자신의 업무상 지시엔 부하 직원은 이를 즉각 시행하고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책임자가 본부의 집합 연수를 받고 복귀하는 경우엔 전 직원을 모아 놓고 당일 즉시 전달 교육을 해야 했다.     

무엇이 무서워서 망설이고 있어?”

손님이 A에 관해서 물으면 그것 하나만 대답해서는 안되지. 그와 관련된 B, C 등을 모두 설명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   

  

이번 금고 신협 책임자 접대 자리에서 터진 다소 불미스러운 일에 관해 조기 진화에 나선 것도 자신이 공격형 미들필더’ 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것이었다. 

    

“성 과장님, 믿음 금고 박상무입니다. 별일 없으시지요? 저기 1년 만기 장기우대 공사채펀드 수익률, 안정적으로 잘 나오지요? 오전 중으로 5억짜리 신규 통장 하나 만들어다 주세요.”

지난번 회식 장소에서 물병을 마구 집어던지며 신 부장과 다투던 금고 실무책임자의 호출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이에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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